윤봉근 생돼지고기 식당

2024. 8. 8. 08:52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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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셋이 석양배 약속했더니 하필이면 폭우가 퍼붓는다. 물난리가 날 것 같아 근심하면서 식당에 도착했다. 출입문에 '휴가 중' 쪽지가 붙었다. 당황스러워 그곳에서 가까운 단골집으로 갔더니 거기도 휴가 중이다. 우중의 낭패다. 매일 하루 놀고 하루 쉬는 백수니, 하계휴가 성수긴 것도 모르고 지낸다. 빗속을 이리저리 떠돌다 발견한 한집, <윤봉근 생돼지고기> 집으로 들어갔다. 상호가 독립 투사 이름과 비스름하다.

우리 테이블은 잘생긴 청년이 서빙했다. 워낙 빠릿빠릿해 물었더니 "사장 같은 종업원"이라고 대답했다. "아들 맞네"라고 맞장구 놓으니 극구 아니라고 손사래 쳤다. 암튼 청년이 친절했고 고기도 맛있도록 정성스레 구워주었다.

생돼지고기 식당은 처음이다. 벽에 프리미엄 숙성육 전문점, Ice Water Aging이라는 큼직한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읽어보니 복잡하다. 간단히 줄이면 '진공 포장한 고기를 수족관에 저온 보관해 육즙이 풍부하다'라는 것이었다. 삼겹살 부위가 좋다기에 주문했다. 아무튼 청년의 성의인지, 생돼지고기 진미인지 우정의 참맛인지 고기 맛이 좋았다. 밑반찬인 겉절이와 김치도 고기와 어울렸다. 사각 어묵은 장식 같았다. 불판에서 수분이 말랐다. 고기가 떨어질 즈음 메뉴판에서 껍데기 안주를 봤다. 대개 그렇듯이 껍데기는 얄팍하리라 믿고 주문했는데 의외로 두꺼운 비계였다. 처음 대하는 생소한 것이었지만, 전용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했다. 요즘은 대부분 음식점이 고기를 구워주니 편하고 더 많이 먹게 된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저기압일 때에는 고기앞으로 가라더니, 그 덕분인지 참소주 병이 늘어났다. 식당을 나서면서 '사장 같은 종업원'에게 손을 흔들었다. 바쁘게 서빙하면서도 고개를 까딱한다. 밖을 나오니 폭우는 그쳤다. (2024.8.5.)


대구 수성구 수성로 356 (수성동2가)
두꺼운 껍데기가 보기보다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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