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활어회직판장에서

2024. 8. 1. 08:50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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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밭골 진입로 초입, 범물동에 투뿔로 유명한 '안영감' 쇠고깃집이 횟집으로 바뀌었다. 언제 어디로 이전했는지, 장사를 접었는지 궁금하다. 길 건너 단골집이었던 '고개마루'도 문을 닫은 지 오래됐다고 한다. 동네도 신장개업하는 점포가 생기는가 하면 장사가 안돼 파리 날리는 집도 있고, 견디다 못해 폐업하는 곳도 있으니,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겪는 것 같다. 범물동 사는 선배가 안영감 고깃집이 횟집 됐으니 가보자며 연락이 왔다.

안영감이었던 간판이 <동서활어회직판장>으로 바뀌었다. 업종과 상호가 다르다. 빨간색 간판이 파란색으로 변했으나 큼직한 크기는 그때와 다르지 않다. 종업원이 밝은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메뉴판을 보고 모듬으로 달라고 하자 종업원 왈 "모듬은 양식인데, 자연산으로 하세요"라고 한다. 말 잘 듣는 우리는 "그러면, 도다리 대짜 주소"라고 응하니 환하게 웃는다. 수족관의 살아 있는 도다리를 잡아 사시미 해서 광주리에 담아 나왔다. 광주리 받침 사기그릇 안에는 얼음이 채워져 있었다. 뽀얀 도다리 살찜을 보니 신선하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집어 맛을 보니 상큼하고 깔끔해 입맛, 술맛이 돋는다. 횟집의 회와 일식집의 회는 기본이 다르다. 횟집에서는 수족관의 살아 있는 고기를 잡아 바로 상품화하니 '활어회'라 하고, 일식집에서는 고기를 미리 잡아 저온(0~5℃) 상태로 숙성하여 상품화한다. 기존에는 선어회라고 했는데 요즘은 '싱싱회'로 고쳐 부른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숙성하여 맛이 더해진 싱싱회가 활어회보다 맛이 낫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활어회가 자연산이므로 왕성한 기운이 자신에게 전해 진다고 믿어 대부분 좋아한다.

술자리가 파장됐을 때쯤 생뚱맞게 통닭 한 마리가 나왔다. 가져온 종업원이 서비스로 주는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참소주를 추가 추가하고, 마지막에는 생맥주 전문점 미스터 세븐까지 문을 두드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 음주다. 근래 드문 일이었다. (2024.7.30.)


대구 수성구 지범로 300, 범물두성타운@ 상가동
곁들이로 보기 드문 청어가 나왔다.
자연산 도다리 大(7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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