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약수삼계탕 혁신점

2024. 7. 31. 08:51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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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불볕더윈데 마침 쉬는 날이다. 점심때가 되자 집사람이 삼계탕을 먹자고 했다. 집 부근에도 있으나 조금 멀리 가고 싶어 검색하니 혁신 도시 어딘가에 별 다섯 개 삼계탕집이 있어 찾아갔다.

삼계탕집은 대로에서 들어간 주택가 골목에 위치했다. 3층 건물의 1층에 <청송약수삼계탕> 간판이 큼직하다. 작은 글자로 [혁신도시 본점] 표식도 있었다. 식당은 실내가 넓지 않았지만 깨끔했다. 4인용 테이블 8개 중 하나 남은 빈자리에 우리 부부가 앉았다. 한방 삼계탕(15,000원)을 주문했다. 인삼주 한 도쿠리*에 닭똥집 등 기본 반찬이 먼저 나왔다. 집사람이 -돌아갈 때 운전하겠다며- 한잔하라고 한다. 노란 술 색깔이 영양제 링거액 비슷했다. 두어 잔 마시고 나니 뚝배기에 담긴 삼계탕이 나왔다. 뜨거웠다. 몸보신 될 것 같은 한약 냄새가 솔솔 났지만, 한약재는 들어있지 않았다. 백숙 속 찰밥에 녹두와 마늘이 약간 섞여 씹히는 맛이 괜찮았다. 양도 적당했고 부드러운 순한 맛에 국물까지 다 먹었다.

창문에 삼복 날은 영업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대박 나는 날, 장사하지 않는다니 희한했다. 서빙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아저씨가 "나야 돈 벌고 싶지만" 하면서 "애들이 쉬자고 해서 논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가족이 장사하는 집이었다. 홀은 며느리와 시아버지, 주방은 아들과 엄마가 담당이었다. 시아버지도 며느리 못지않게 음식을 나르고 테이블을 치우느라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우리가 식당을 나올 즈음(14:30) 며느리가 '오후 5시까지 휴게 시간' 표지판을 출입문에 내걸었다. 장사 욕심내지 않는 모습으로 보였다. 행복이 뭐 별건가, 마음으로나마 젊은 부부와 노부부를 칭찬하고 싶었다. 저도 별 다섯 개 찍어 드릴게요. (2024.7.29.)

* 도쿠리(도꼬리) : 아가리가 잘록한 모양의 술병 또는 목이 긴 조막병의 일본말. 우리말 '호리병'과 비슷. 다른 뜻으로는 턱 밑까지 올라와 목을 감싸는 스웨터를 이르는 말.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도꼬리보다 '터틀 스웨터'라는 영어를 널리 쓴다. 우리말로 '자라목 스웨터'라고 바꿔 쓸수 있다


대구 동구 과학로6길 12-7 (각산동)
28,000윈짜리 고급도 있다.
오랜만의 인삼주와 닭똥집.
한방 삼계탕
삼복 날 장사하지 않는 안내문.
돌아오는 길의 하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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