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와 돌체콜드브루

2024. 7. 26. 07:36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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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가 지나 친구를 만났다. 어제, 오늘은 정말 대프리카답다. 한증막 같은 더위에 조금만 걸어도 머리가 따끈따끈했다. 양우산을 쓰고 싶을 정도다.

울진 참가자미회에서 살얼음을 주문했더니 종업원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우리 집이 고추장 전문이라는 것은 아시죠?" 그래도 우리는 열을 식히려고 살얼음 물회를 주문했다. 언제나 손님 넘치는 식당이 신기했다. 홀과 방을 돌아다니며 손님 사정을 살피는 수더분한 사장님을 보니 살짝 부러웠다. 점심을 천천히 먹으려고 했는데, -에어컨이 작동하지만- 얼마나 더웠던지 살얼음이 금방 녹아 물이 됐다. 맛은 좋았다. 해삼, 전복의 꼬들꼬들함과 활어회의 부드러움이 교대로 씹는 맛을 높였다. 물회의 찬 국물도, 매운탕의 따끈한 국물도 모두 시원하니 입맛은 사물을 차별하지 않는 모양이다. 먹고 살려면 당연하겠지만, 사람살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식사를 마치고 친구가 특별한 커피를 마시자며 수성못 스타벅스로 차를 몰았다. 커피를 제일 맛있게 마시려면 자기 체온에다 +25도 또는 -25도 하라는 말이 있다. 스벅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도 대구에서 판매율이 제일 높다. 이곳도 손님이 넘쳐난다. 불경기란 거짓말 같았다. 친구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돌체 콜드브루'라는 음료 큰 것(7,000원)을 주문했다. 돌체 벤티 사이즈라고 해도 된다고 가르쳐주었다. 나는 단 것을 피하려고 아메리카노만 마셔왔는데 나온 음료는 잔이 크고 양도 많았다. 새까맣던 커피가 윗부분은 브라운이고 아랫부분은 밀크 같았다. 깔때기로 빨아들이니 우유 맛이 먼저 들어오고 서서히 커피 맛이 느껴졌다. 부드러웠지만 얼음이 녹으니, 조금씩 싱거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료를 남겼다.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았다.
"다음부터는 남이 사줄 때만 먹자."
"그라자." (2024.7.25.)

살얼음이 완전히 덮여 내용물을 섞었다.
먹음직스럽게 보여도 내게는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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