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회관 산오징어

2024. 7. 19. 09:32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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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징어 주점으로 오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군침부터 돌았다. 그러잖아도 얼마 전 동해에서 오징어가 잡힌다는 뉴스를 보고 은근히 생각나던 터였다. 최근 기후변화로 수온이 올라 오징어 어장이 북상해 해양수산개발원에서 올해 오징어 어획량이 '5년 전의 1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오징어가 금징어가 된 지도 몇 해가 됐다, 귀하니 그립고 맛도 더 나는 모양이다.

삼덕동의 <팔팔회관 산오징어>는 1, 2층을 영업장으로 하는 괜찮은 식당이었다. 동네는 예전에 주택가였는데 식당가로 변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은퇴한 후로는 가급적 시내 쪽으로 다니지 않았더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식당은 젊은이의 전용 주점 같았다. 연인이나 쌍쌍이 어울려 마시는 밝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늘그막의 우리는 좌석을 잡으려니 눈치가 살짝 보였다. 좁은 계단을 올라 2층 창가에 앉았다. 도로가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내다보니 사람들 걷는 자세가 모두 제각각이다. 손을 맞잡은 연인, 장바구니 수레를 끄는 할머니, 골목에서 담배 피우는 커플, 길거리에서 대화하는 사람 등 무심코 바라만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주문한 음식이 대나무 접시에 얹혀 나왔다. 채 쳐서 가늘게 썬 산오징어가 반 담겼고, 광어, 우럭, 밀치 등 생선회가 반이다. 그리고 별도의 오징어 통찜 한 마리. 눈길이 오징어회에 머물렀다. 그냥 반짝반짝 빛나 보여 먹음직스러웠다. 참소주 한 잔에 오징어 한 젓가락을 집었다. 시원하고 담백한 식감에 쫄깃한 맛이 씹을수록 부드럽고 진하다. 오랜만에 느끼는 맛이다. 오징어회를 먼저 먹은 후 생선회를 취하니 싱거운 맛이 났다.
통찜은 싱싱한 산오징어를 통째 삶아 먹물 맛이 독특하다. 먹 향이 얼핏 나면서 터벅터벅한 듯 감미로운 맛이다. 오징어 먹물로 글을 쓰면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글씨가 증발해 없어진다. 예로부터 믿지 못할 약속을 오징어 묵계(烏賊魚墨契)라고 부르는 이유다. 한 수 넣으려면 맛이 특별해야 유혹되지 않을까. 오징어 먹물 맛이 바로 그 맛이다. (2024.6.7.)

중구 공평로8길 10 (삼덕동2가) 팔팔회관 산오징어
산오징어회, 생선회가 반반이다.
채 썬 듯 곱게 썰었다.
산오징어 통찜. 먹물 맛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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