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5. 12:14ㆍ입맛
늘그막에 우정 운운하기에는 머시기 거시기하다. 그저 만나면 반갑고 연락이 없으면 궁금하다. 그럴 때는 통화해도 서로 인사말이 "무소식이 희소식 아닌가?"다. 가벼운 듯싶지만, 이 말은 오래 내려온 고유의 풍습이니 정 깊은 소리이리라. 친구 '五强'의 '번개팅하려니 <화중>에서 봅시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해 한동안의 무소식이 깨졌다.
지인들이 더러 가는 <火中>은 한국인 중국집이다. 근래 들어 아들까지 일손을 보태는데 솜씨가 좋아 손님이 꽤 많다. 시그니처 메뉴는 전가복인데 인원에 알맞게 대·중·소로 주문할 수 있어 회식용으로 인기 있다. 친구 여덟이 다 모이자, 예약한 전가복 요리가 바로 나왔다. 오강이 말했다.
"지난달에 생일이었는데, 늦었지만 신고합니다. 변변찮으나 맛있게 한잔합시다."
축하 박수와 덕담이 이어지자, 水岩이 들고 온 쇼핑백에서 술 한 병을 꺼내놓으면서
"아이들이 일본 다녀오며 사 온 사케"
라고 했다. 또 한 번 손뼉 치고, 콜키지 비용 대신 참소주를 추가해 화기애애한 자리를 이어갔다.
전가복(全家福)은 중국에서는 새해 명절 음식으로 '모든 가족이 행복하다'라는 뜻이다. 전복, 새우, 해삼, 오징어, 관자 등 해산물과 송이버섯, 채소를 넣어 요리한다. 기름지고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화중의 상징 음식의 하나로 사랑받는다. 안주용으로 쟁반짜장을 추가해 배까지 불렸다. 사케는 핫카이산 다이긴죠 코와구라 720ml, 알코올 15.5%로 깔끔한 맛이었으나 소주까지 더하니 징했다. 생일 턱의 답례로 오강이 평소 좋아하는 노래방에 갔다. 나 빼고 다들 트로트 가수 버금가는데 -코로나로 몇 년 노래방에 못 간 탓인지- 친구들 실력이 예전과 달랐다. 기분만 만점이어서 배춧잎이 달랑 넉 장 모아졌다. 易經에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한다고 했다. 오강 생일 턱으로 오래만의 모두 한마음이 됐다. (202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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