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채'가 고장나니 '김치'가 먼저 생각났다

2024. 2. 17. 15:44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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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김치냉장고가 고장났다. 위니아 딤채 뚜껑식인데 김치통을 넣어둔 칸에 [김치 보관] 메뉴가 고장 나 옆 칸으로 옮겨야 했다. 한 해 먹거린데 쉬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딤채'가 고장이 나니 과일, 채소 등도 들어있었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김치'였다.

나는 생김에 밥과 김치를 얹어 쌈으로 먹는 걸 좋아해 밥상에 김치가 없으면 허전하다. 매운 것을 잘 안 먹는 편이지만 김치만큼은 예외다. 빨간 김치는 매운맛의 대명사다. 매운 이유는 고추를 듬뿍 넣기 때문이다. 오래전 아무개 사장 댁으로 식사 초대를 받아 갔다. 식탁에 김치가 매운맛, 중간 맛, 순한 맛 세 종류가 놓여있었다. 나는 평소 한 종류의 김치만 먹어왔기에 속으로 엄청나게 놀랐던 적이 있었다.

고추의 원산지는 중남미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유럽으로 전파할 때까지도 중국과 한반도 등에는 고추가 존재하지 않았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까지 김치는 침채(沈菜)라는 이름으로 소금 간을 맞춘 절인 채소에 불과했다. 침채는 딤채로 어원이 변화해 짐채가 되었다가 오늘날의 김치가 됐다.

고추가 들어온 경로는 일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1542년 포르투갈 선교사가 일본에 고추 묘목을 가져온 후 한반도에 전래한 것은 16세기 후반 왜구에 의한 전래설 등이 있다. 고추는 매운맛 탓에 처음에는 독초 취급을 하다가 18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향신료로 음식에 사용하게 됐다. 서민들의 가정에 정착한 것은 훨씬 뒤인 19세기 초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의 전통음식인 김치가 매워지게 된 것은 대략 이백 년쯤밖에 안 된다. 그전까지는 전혀 맵지 않았다. 김치의 매운맛은 이제 한국인의 손맛으로 세계인의 입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2024.2.17.)

사진 출처: 헬스 인 뉴스
사진 출처: 신가네 김치
사진 출처: 주간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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