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덕유산 눈 구경

2024. 1. 22. 09:58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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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님과 눈 구경하러 무주 덕유산에 갔다. 산은 언제나 늘 거기 있지만 사람 마음은 오락가락하여 덕유산을 본 지 십수 년이 넘는다. 무주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탔다. 단숨에 설천봉(1,520m)에 오르니 하얀 설경이 마치 선계인 듯 눈앞에 펼쳐졌다. 다이돌핀이 샘 솟는 순간이다. 얼마 만인 광경인가! 가족과 많은 지인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향적봉(1,614m)을 거쳐 백련사로 내려오는 동안 네 번이나 미끄러졌다. 길이 미끄러웠지만 다리 힘이 예전 같지 않은 탓이다. 오랜만의 눈길 내리막 보행이 쉽지 않았다. 평길과 눈길의 차이가 잊었던 감각을 일깨웠다. 백련사를 오백 미터 앞두고부터 계류의 물소리가 들려왔다. 물이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광이 그려졌다. 백련사를 지나서 계류를 끼고 6km를 걸었다. 물살이 급하게 흘렀다. 예전에도 저렇게 빨리 흘렀는가 싶었다. 산에서는 눈이 덮여 밥 먹을 자리를 찾지 못해 월하탄을 지나 계류 벤치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할 동안 '산나물 맛집'에서 형님과 두꺼비 두 마리를 잡았다. 뻑뻑한 다리가 9km 눈길을 헤쳐온 증거인 양 굽힐 때마다 통증이 왔다. (2024.1.21.)

무주 리조트 곤돌라 대기
곤돌라에서 바라본 전경
설천봉 고사목. 독야청청 높은 절개를 보는 듯하다.
동장군의 병사들인 눈 꽃이 덕유산을 점령했다.
천국이 따로 없다며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아스라한 지평선의 파란색이 신비롭다.
나무들이 치열하게 눈 옷을 껴입었다.
높고 낮고 멀고 가까운 경계가 사라졌다.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
아무리 봐도 지치지 않았다.
향적봉 정상석. 사람들의 기념 샷 줄이 너무 길어 순간 포착으로 겨우 찍었다.
덕유산 향적봉 정상석을 비켜 기념 샷.
백련사로 내려가는 하산 길은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천지가 새하얀 설국.
푹 묻혀버리고 싶은 벤치.
나무가 두터운 외투를 입어 힘겨워 보였다.
백련사. 백련사부터 구천동 주차장까지는 비교적 보행이 쉽다.
계류는 한 폭의 그림.
무주 구천동 33경 중 15경 월하탄.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는 모습이라고 한다. 풍부한 수랑과 우렁찬 물소리가 눈길을 끌었다.
구천동 주차장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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