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함 체험관'에 다녀오다

2022. 9. 28. 10:39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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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포항에 갔다. 생각보다 용무가 빨리 끝나 ‘포항함* 체험관’을 둘러보았다. 포항함은 2010.3.26. 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과 같은 제원을 가진 초계함*이다. 퇴역 후 군함을 리모델링해 포항 동빈내항에 정박, 안보 체험관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오후 두 시쯤, 체험관 앞 노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가까이서 보니 군함이 기차처럼 길었다. 먼저 뱃머리 쪽의 크게 쓰인 756 함정 번호가 눈에 띄었다. 군(軍)에서 많이 쓰는 각이 진 글씨체다. 순간, 잊고 지냈던 향수 어린 군 복무 시절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선상에 올라서자 수더분하게 나이 든 모습의 안내원 김태웅 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1968년 해군에 입대해 해난구조대*에서 활약한 예비역으로 포항함 명예 함장을 역임했다고 소개했다.

그의 안내로 군함을 골골샅샅이 구경하면서 설명을 들었다. 함정은 미로 같은 구조에 가파른 계단, 재난 대비 격벽, 해먹처럼 매달린 좁은 침대 등 시설이 전반적으로 열악했다. 한정된 공간이므로 불가피한 환경이다. 해군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상상되었다. 그런데도 해군력의 비약적인 발전 내용을 들을 때는 국민으로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해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막강해진 군사력을 실감했다.

함내 식당을 개조해 만든 홍보관에는 해군의 최신 군함들이 사진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회의실로 사용하던 작은 공간은 故 한주호 준위*와 천안함 46인 전사자 추모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영웅들의 영정을 보는 순간 숙연해졌다. 김태웅 씨의 말소리에도 애조가 묻어났다.

선상에는 함포, 쌍열기관포, 어뢰·폭뢰·미사일 발사기 등 전투 장비들의 겉모양이 아직 남아있고, 함수에는 잠수복 차림의 故 한주호 준위의 동상이 서 있었다. 함교에 올라 동상을 바라보니 죽어서도 우리 바다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았다. 함미의 태극기가 바람에 힘차게 펄럭였다. 해군의 기상처럼 느껴졌다.


* 포항함: 해군의 주력 1,200톤급 초계함으로 1984.12.18. 취역하여 8,951일 동안 영해수호 임무를 완수하고 2009.6.30. 퇴역.
* 초계함: 적의 습격에 대비해 해상을 경계하는 함선
* 해난구조대(SSU: Sea Salvage & rescue Unit): 1950. 9월 ‘해상공작대’로 창설되어 1954. 8월 ‘해난구조대’로 명칭 변경. 세계 최고의 잠수·구조 능력을 보유하여 우리 해군의 자랑이다.
* 故 한주호 준위: 1975. 2월 해군에 입대해 준위로 임관. UDT 해군 특수전여단에서 근무.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하자 수심 40m에서 실종자 구조 작업을 펼치다 심해 수압으로 실신하여 순직.

 
 
포항함 / 1,178톤, 전장 88.5m, 전폭 10m, 마스트 높이 23m
친절한 안내원 김태웅 씨 / 특수부대인 해난구조대 출신
천안함 전사자 추모관
함수 / 고 한주호 준위 동상, 76미리 함포, 30미리 쌍열기관포 등이 있다.
함교 / 오른쪽 상단 스크린은 미사일 발사 후 목표물 타격까지 볼 수 있다.
함미 / 30미리 쌍열기관포와 폭뢰,어뢰,엑조세 미사일 발사시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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