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5. 00:25ㆍ입맛
점심 먹으려고 집합 장소에 갔다. 때마침 A 회장의 돼지코가 도착했다. 날이 차가워 냅다 올라탔더니 뒷좌석까지 뜨뜻하게 데워 놓았다. A 회장이 드라이브도 할 겸 국밥 먹으러 가자며 달성군 옥연지로 차를 몰았다. 도심을 빠져나와 교외로 나가니 시야가 탁 트이는 만큼 마음이 활짝 열려 기분이 상쾌하고 설레는 느낌도 든다. 옥포로로 들어서자 줄을 선 가로수들이 나목으로 변해 있다. 겨울이 되면 사람은 옷을 껴입는데 나무는 잎을 벗는다. 물이 부족하고 거센 북풍을 견디려면 앙상해져야 하니 나무는 버릴 줄 아는 이치를 아는 것이다. 어느덧 옥연지 인근의 있는 식당, '장수하늘소'의 널찍한 주차장에 도착했다.
딱정벌레류인 장수하늘소는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 야생 동물로 지정된 곤충이다. 쇠고기 식당 상호로 정한 데는 숨은 사연이 있을 듯하다. 식당 장수하늘소는 팔공 상강 한우만 취급한다. 다른 한우 식당보다 가격이 엄청나게 쌌다. 특히 국밥은 가격이 가장 싸고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였다. 비주얼은 딸려 보였지만, 뜨겁고 시원한 국물 맛은 정통 쇠고기 국맛이었다. 건더기도 푹 삶겨 매우 부드러워 부담이 없었다. 그런 데다 음식값을 현금으로 지불하면 서로서로 큰 보탬이 된다. 가까운 곳이라면 문지방이 닳도록 갈 것만 같다.
식당을 나와 오솔길처럼 뻗은 옥포로를 따라 2km 더 들어가면 송해 공원. 둘레길이 있고 수중다리와 정자인 백세교와 백세정, 송해 선생님 삶의 흔적을 담은 기념관 등이 있다. 선생님은 달성의 별이 됐고 공원은 전국의 이름을 떨쳤다. 인근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하셨던 송해 선생님 부부 묘소가 있다. 장수하늘소 식당은 실비로 식사하고 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곳이었다. 기념관에서 옥연지를 내려보니 별세계처럼 반짝거렸다.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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