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찾아주세요

2022. 9. 14. 16:15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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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사위와 딸, 외손자가 친구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 갔다. 호텔에서 첫 밤을 맞았다. 딸 내외와 친구 부부는 서로의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아이를 재우고 편하게 레스토랑에서 만난 어른들은 와인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음료를 마시던 사위는 아이가 걱정돼 잠시 객실로 갔다. 쿨쿨 자고 있어야 할 아이가 없다. 앞이 깜깜했다. 허둥지둥 화장실을 살펴봐도 없었다. 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사위는 놀란 황소 눈이 되어 구석구석 살폈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아이 잠옷이 침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아이가 옷을 갈아입고 심야에 방을 나간 것이다. 비상 상황이다. 어쩔 줄 몰라 부부가 아이를 찾느라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었다. 휴대 전화가 울렸다.
'프런트입니다. 아이가 아빠를 찾고 있습니다. 빨리 오십시오'.

곤히 잠자던 외손자가 어쩌다 깼다. 방안에 엄마·아빠가 보이지 않자 얼결에 찾으려고 일어났다. 잠옷 상의를 셔츠로 갈아입고 하의는 잠옷 그대로 객실을 나왔다. 3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에 내려와 프런트로 가서 직원에게 ‘삼촌, 엄마·아빠가 없어졌어요. 찾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직원이 아빠 전화번호를 물으니 ‘전화번호는 모르겠고요, 호실 번호는 3705에요’라고 대답했다.

평소 휴대폰 번호를 정확히 외우고 있었는데 외손자가 그 당시 멘붕에 잠시 빠진 것 같다. 그런데도 객실 번호를 말했다니 다행이다. 애가 객실을 나올 때 번호를 외웠던 모양이다. 외손자는 겨우 여섯 살이다. 프런트 직원을 찾아가 부탁하다니, 어디서 그런 어른스런 분별력이 나왔을까. 놀랍다. 외손자가 객실 번호를 말하는 순간 ‘아이 찾기’는 끝났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가 부모 찾는’ 상황이 끝났다는 것이 낫겠다. 아니, 어린 손자가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당황했던 사위와 딸은 프런트의 전화를 받고서야 안도했다. 사위가 로비에서 아이를 품 안에 꼭 껴안고 '○○아, 너 어떻게 여기까지 내려왔니, 울었어?'라고 물으니 아이는 '울지는 않았고 조금 울먹였다'면서 제 아빠 등을 고사리손으로 토닥토닥 두드렸다. 결국, 집집이 아이를 모두 레스토랑으로 데려와 저들끼리 놀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만 했다.


딸에게 외손자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가슴이 철렁하면서 영화 <나 홀로 집에> 주인공 '케빈'이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오, 우리 외손자 얼매나 놀랬노. 씩씩하다~ 뽀뽀~~♡”

 
개구장이만 같은 아이가 대단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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