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5. 06:53ㆍ일상다반사
하루 12시간 단기 알바를 하게 됐다. ㅇㅇㅇㅇ 직원이 사정이 생겨, 오늘부터 나흘간 땜방한다. 무료하게 나날을 보내던 터라 ㅇ형님의 연락이 감사했다. 일찌감치 새벽밥을 먹고 나갔다. 그런데도 수목 이식 작업할 분들이 먼저 와 있었다. 새벽길을 나서도 앞서 걷는 사람이 있듯 부지런한 사람이 많다. 인사를 나눈 후 각자의 일을 시작했다. 근무 요령을 들을 때는 복잡하고 헛갈리는 듯했으나 막상 부닥치니 할만해 마음 부담 없이 일을 무사히 마쳤다.
퇴근하면서 종일토록 수목 이식 작업을 한 뒷마당에 가 봤다. 가장자리에 치우지 못한 전지한 나뭇가지가 수북이 쌓였고 차들은 한쪽으로 나란히 주차해 있었다. 주차장 부지를 확장하려고 나무를 담장 쪽으로 바싹 옮겨 심었다. 공간이 꽤 넓어졌다. 옮긴 나무 중에 유독 한 그루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어디서 본 듯한 모양 같았다.
제주도 추사관에서 본 세한도(歲寒圖)*의 소나무 같았다. 바라보니 끌렸다. 심지어 한여름인데도 한겨울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까지 들었다.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의 숭고한 교훈은 차지하고, 전지 당해 앙상해진 겉모습이 그것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나의 상상은 타인을 향한 칭송함이 아니요, 나 자신에게 위안을 주려 함이다. 마음속으로 잘 자라도록 기원하면서 소나무에 '세한도송(歲寒圖松)'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러므로 재밌고 뜻있는 하루가 되었다. (2023.8.3.)
* 세한도(국보) : 추사 김정희(1786~1856) 선생이 1844년 그린 그림(23 X 69.2cm)이다. 제주도 귀양살이할 때 제자인 역관 이상적(1804~1865)이 북경에서 서책 120권 79책짜리 황조경세문편을 구해와 적거지에 가져다주었다. 그러자 추사가 소나무와 잣나무를 보고 "가장 추울 때도 너희들은 우뚝 서있구나."라면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그림이다. 그림을 받은 이상적은 청나라에 가서 문인 16명에게, 조선에 돌아와 3명에게 제찬을 받았다. 이것이 오늘날 세한도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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