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당 화청궁과 바우어 카페

2023. 7. 24. 09:09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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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소주 애주가 지인들. 많이 모이면 여남은 명이고 보통은 서넛이다. 만나면 두주불사는 하지 않고 그저 하내 한 병 반 정도 마시며 대화를 즐긴다. 가끔 넘치기도 하지만 드물다. 강소주는 사절한다. 안주는 구이나 생선회, 중화요리를 즐긴다. 권커니 잣거니 했으나 코로나 때부터는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마시다 싫으면 그만둔다.

오랜만에 '화청궁'에 갔다. 작은 중식당이지만 대만인 부부가 한자리에서 수십 년 영업해 단골이 많다. 부인은 홀을 맡고 남편이 주방장으로 1970년대 한일호텔 중식당 출신이다. 당시는 고급 청요리 하면 한일호텔이었다. 이제는 힘에 부쳐 가끔 하루 이틀 문을 닫는 데도 손님이 여전히 많이 찾는다. 요리가 맛깔스럽고 푸짐하다. 솜씨가 좋아 무슨 음식을 주문해도 모두 맛나다. 우리는 유산슬과 난젠완쯔를 먹었다. 부드럽고 순해 술과 궁합이 맞았다. 포만감을 안고 느지막이 즐거운 자리를 파했다.

뒤풀이로 가까운 디저트 카페 바우어에 갔다. 에어컨 냉기를 피하려고 3층 옥외에 앉았다. 객석은 텅 비었고, 마당의 울창한 소나무 숲 위로 밤하늘이 무대 스크린처럼 펼쳐졌다. 눈썹 같은 초승달이 떴고 용지봉이 위용을 자랑하듯 버티고 섰다. 지인이 자연을 무대 삼아 넬라 판타지아*와 회심곡* 두 곡을 불렀다. 그의 노래에 점점 빠져들었다. 거침없는 황홀한 소리가 별빛 되어 밤하늘을 수놓았다. 은은한 밤이었다. (2023.7.22. with: 뽀창형님, 자현, 상현)

* Nella fantasia(환상 속에서) : 원곡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Gabriel's Oboe'. 1986년 영화 '미션(The Mission)' OST 중 하나로, 여기에 1998년 '키아라 페라우(Chiara Ferraù)'가 작사한 이탈리아어 가사를 붙여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른 노래. 몽환적인 멜로디와 평화로운 가사가 잘 부합한 명곡이다. (출처: 나무위키 요약)
* 회심곡(悔心曲): 불교음악의 한 곡명. 불교의 대중적인 포교를 위해 한글 사설을 민요 선율에 얹어 부르는 곡이다. 사설은 서산대사가 지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요약)

화청궁 유산슬 / 지산로14길 76-8
난젠완쯔
바우어 카페 / 용학로 361
용지봉이 보인다.
넬라 판타지아를 열창하는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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