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오순이
2023. 7. 9. 13:10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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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을 거닐면서 새끼를 보살피는 흰뺨검둥오리를 본다. 어미가 새끼들이 가장자리 수초에서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눈에 익은 풍경이다. 오래전 나도 흰뺨검둥오리 새끼를 두 번 돌 본 적이 있었다.
어느 해 여름, 생각하지 않았던 행운이 찾아왔다. 사무실 소나무 아래에 흰뺨검둥오리가 날아와 알을 품고 새끼 10마리를 부화했다. 이듬해에도 또다시 찾아와 11마리를 부화했다.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어미 이름을 '오순'이라 짓고 녀석들에게 풀장을 만들어 주고 산 미꾸라지를 먹이로 공급했다.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오순을 달래가며, 매일 돌보는 새끼가 커가는 모습을 보니 귀엽고 행복했다. 사람인 내가 그랬는데 지켜보는 어미 오순이는 오죽 행복했을까. 안전하게 튼튼히 자란 녀석들을 도원지에 이소시켰다. 돌아오면서 오순이와 새끼가 드넓은 수면에서 유영하는 것을 보고 소리쳐 부르며 손을 마구 흔들었다. 마음 한 곳에 기쁨과 서운함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적자심해(적어야 심심풀이를 해소한다)로 몇 줄 긁적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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