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울려 봐야지

2023. 6. 30. 07:00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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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전화가 왔다. 한잔하잔다. 퇴근 시간을 어지간히 맞추어 온 연락이기에 단골집으로 직행했다. 다른 주군(酒軍)에게 비상 연락했으나 맞지 않아 둘만 마주 앉았다.
친구가 '새로'를 주문했다. 처음 보는 하얀 병이 엷은 주름치마를 둘러 날씬해 보였다. 상표가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다. 16도 순한 도수에 향수(알콜향) 내음이 없어 부드러웠다. 우리는 미구*를 깨우지 않으려는 양 조용히 술잔을 부딪쳤다.

오늘의 안줏감은 '눈물'이었다. 요즘 들어 영화 볼 때 전에 없이 눈물이 나는데 왜 그러느냐는 의문이었다. 결론은 노화 현상의 하나로 정서적으로 약해졌다는 데 동감했다.
나는 감동적인 스토리에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눈물이 났지만, 친구는 엉엉 소리 내 운다고 했다. 평생 스포츠맨인 친구가, 우는 것도 대장부 감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는 승부의 세계다. 이기든 지든 늘 감동의 순간과 맞닥트린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공감 능력이 높아진 건 아닐까. 엉엉 운다는 친구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표정이 거짓말 같진 않은데, 언제 극장에서 -옆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도록-한번 울려야겠다. (2023.3.27. with: 운천)

* 미구: 여우의 (경상도)방언

사진 출처: ppomppu/짤방갤러리/눈물(#유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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