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를 보고
2023. 6. 29. 08:28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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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산책하다가 살구나무를 만났다. 여러 나무 가운데 한 그루여서 땅에 떨어진 살구를 보지 못했다면 무심코 지나쳤겠다. 잘 자란 나뭇가지에 노랗게 영근 열매가 알알이 매달렸다. 더운 바람이 나뭇가지를 훑고 지나갔다. 내일이면 더 익을 것이다. 떨어진 살구 몇 알을 줍는다. 버려두기 아깝고 줍지 않으면 썩거나, 무심한 발길에 연한 살이 뭉개질 것 같았다. 몇 개를 골라 집에서 깨끗이 씻어 흠집을 도려내고 맛을 보았다. 크게 달진 않아도 먹을 만했다.
한때, 수성구 지산 범물동에서 살 때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지척에 있는 용지봉(龍池峰, 629m)에 자주 올랐다. 능선의 산불감시초소 부근에 큰 살구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더 자랐을 것이다. 등산하면서 살구가 익었으면 나무에 올라가 따 먹곤 했다. 함께 따 먹던 절친 부부가 2002. 4월 김해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살구나무를 보니 기억이 꼬리를 문다. 너무나 슬프고 아팠던 일이다. (202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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