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6. 07:11ㆍ일상다반사
호야 부부와 청도 농장에서 일손 돕기 했다. 남정네는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최 여사가 고구마 순 자르기를 했다. 순 자르기 시기가 늦었다며 장마가 온다고 서둘렀다. 고구마도 순 자르기를 해야 알이 굵어진다니 최 여사 손길이 바로 비료다.
얼마 전, 축대를 쌓으면서 굴삭기로 고구마밭 옆 울퉁불퉁한 땅을 평평하게 골랐다. 그곳으로 사과밭에 둔 목제 팔레트*와 고무호스, 파이프 등 어쩌면 이제 잡동사니가 된 도구들을 옮겼다. 고춧대까지 자리를 옮기니 땀에 흠뻑 젖는다. 블루베리 농장을 넘긴 후 도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노동의 끝이 없다. 농촌에 젊은이가 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겠다.
일을 마치자 호야가 흐르는 땀을 씻느라 등목했다. 최 여사가 남편 등에 차가운 지하수를 끼얹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바탕 웃음소리에 애정이 영근다. 한여름 더위를 가시게 하는 고전을 오랜만에 목도한다. 샤워 시설이 대중화된 후 등목이 사라진 듯하다. 사라진 것들은 어느 순간 다시 그리워진다. (2023.6.24. with: 호야 부부, 인산)
* 팔레트(pellet): 영어 표기법으로 '펠릿'이고 프랑스어 표기법에 따르면 '팔레트'로 쓴다. 국립국어원은 '팔레트'를 '갤판'으로 순화하도록 하지만, 널리 쓰이므로 허용했다. '화물 운반대'나 '돗짚자리' 또는 '다다미'로 순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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