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가게 되면
2023. 6. 23. 08:37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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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부터 옛 동료 몇이 정기적으로 만났다. 그러지 않으면 얼굴 한번 보기 어려웠다. 만나면 코로나를 걱정하고 근황을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었다. 어제 화제는 요양병원 이야기였다. 한 친구가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전했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할머니의 유서 내용이었다. 임종 후 공개된 모양이다. 간병인에게 꼬집지 말라, 때리지 말라, 식사를 빨리하지 못한다고 학대를 겪은 정황과 알고도 방치한 자녀들에 대한 원망 섞인 서글픈 내막이었다. 친구는 귀띔을 들은 듯, -체력이 고갈돼 -걷지 못하게 되거나 침상 환자가 되어 기저귀를 차게 돼 허리 들 힘이 없으면 그때부터 학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사실적으로 덧붙였다.
대부분 요양병원이 그러하지 않겠지만, 간병인이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없지 않았다. 이야기는 부모에게로 형제에게로 이어져 듣는 대로만큼 가슴이 아렸다. 나는 양친께서 집에서 돌아가셨기에 만분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몇년 전 건강했던 선배가 치매가 와 입원했다. 그 후 모든 지인과 소식이 끊겼다. 요양병원 가는 것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하더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웃으면서 헤어졌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우울했다. 마음도 걸음도 돌덩이 몇 개씩 달고 걷는 듯했다. (202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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