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기도와 냉면
2023. 6. 19. 08:33ㆍ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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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점심 먹기로 했다. 코리안 타임을 의식해 서둘러 나가는 편이라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담장이 없는 성당이 보였다. 코앞에 있으니 냉담자인 내 눈에도 띄었다. 망설이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가 성당으로 들어갔다. 마당 한 곁에 선 성모상에 인사를 드린 후 성전으로 올라가 기도를 올렸다. 알 수 없는 이끌림이 어색하지 않았다. 가엾은 영혼을 구원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소박한 현실에 감사했다.
친구를 만났다. 늦어 미안해하는 친구에게 "성당에서 기도하고 나왔다"고 했다. 친구가 "벌써? 기도가 그렇게 짧나?"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감사 기도를 올리는 데 짧을 수밖에, 청원 기도라면 자초지종을 모두 보고하려면 길어지겠지만."이라고 얼버무렸다. "아, 맞네."라고 맞장구쳐 주었다. 친구라도 인사성 말을 주고받으니 정이 더 난다.
기도 덕분인지 점심(냉면)은 여느 때보다 맛났다. 수육은 가격과 비교하면 만족도가 낮았다. 홀 종업원이 많았는데 모두 동남아 여성이었다. 우리 말을 잘하고 표정이 밝고 동작도 재발랐다. 밖을 나오니 더운 날씨마저 은혜롭게 느껴졌다. (2023.6.16. with: 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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