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가고 싶다

2023. 5. 27. 00:48일상다반사

728x90

S가 "우리가 만난 지 사십사 년이 되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회 초년병을 겨우 벗어난 시절, 다섯 명이 같은 부서에서 만나 막역하게 지냈다. 일을 열심히 잘했고 정이 두터워 다른 동료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퇴근하면 석양배도 자주 즐겼다. 은퇴한 지 십여 년이 지났으도 근황을 주고받으며 고만고만하게 살고 있다.

오 년 전쯤 함께 만난 후 처음 자리를 했다. 코로나 영향도 컸다. 김 양(?)이 연락해 왔다. 그동안 한두 명이 따로 만나도 다 함께 모이긴 쉽지 않았다. 퇴근 후에는 남들에게 이목 끌기를 꺼려 호칭을 김 양, K 서방, H 서방, S 서방, N 서방으로 서로를 불렀다. 세월이 까마득히 지났으도 함께 만나니 자연스레 그렇게 불렀다. 서로에 대한 호칭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묻어 두었던 타임캡슐을 꺼낸 듯 과거의 시간들이 활짝 피어났다. 익숙한 웃음과 목소리가 변함없어 좋았다. 몸은 늙었으나 마음이 거기로 돌아간 시간이었다. 그때로 가고 싶다. (2023.5.25.)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 바다와 강  (0) 2023.05.28
칠순에 이룬 소망  (1) 2023.05.28
장어 치어잡이와 탐조등  (0) 2023.05.25
아침의 멧비둘기  (0) 2023.05.24
무료 퇴치 걷기  (0) 202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