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3. 11:48ㆍ일상다반사
지난달, 정호승 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수성구청에서 옛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문학관이 들어선 곳은 시인이 어릴 적 살았던 동네로 앞에 흐르는 범어천이 문학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천변에 큼직한 시비가 서 있다. 2층 건물의 문학관 외벽이 빨갰다. 시인의 열정만큼이나 강렬했다. 1층은 그의 시어들처럼 조용하고 분위기 나는 북카페가 자리 잡았다.
평소 정호승* 시인의 시를 좋아해 가끔 인터넷으로 찾아 읽는다. 가수 안치환, 양희은, 장사익 씨 등이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불렀기에 동영상도 찾아들어 본다. 며칠 전 그곳에서 시인의 강연이 있었다.
첫 일성은 '시의 비밀은 인생의 비밀과 같다'라며 '인생의 비밀은 사랑과 고통, 죽음'이라고 했다. 시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자연, 사물, 인간에 대한 마음이 없으면 시를 쓸 수 없다'고 했다.
'꽃이 피다'를 시로 전환하면 '꽃이 웃는다, 꽃이 운다'라고 한다면서 시와 산문의 차이를 쉽게 설명해 주었다. 직접 촬영한 슬라이드 자료로 약 50분 정도 강연했다. 산불에 흉측하게 녹은 낙산사 동종 사진을 놓고 '종은 불탔는데 소리도 불 탔는가'라는 물음에 저릿한 감동을 한 소중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나는 시가 좋지만 어려워 흉내도 못 낸다. 거의 매일 티스토리에 잡설을 늘어놓기만 하고 마음을 구름 위에 얹어 두고 산다. 시인은 먼 산이다. (2023.5.20.)
* 정호승 시인: 1950년 하동에서 태어나 1956년 대구로 이사 와 고등학교까지 다니다가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흔들리지 않는 갈대』,『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밥값』 등과 어른이 읽는 동화로 『연인』,『항아리』『모닥불』,『기차 이야기』 등, 산문집으로 『소년부처』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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