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퇴치 걷기
2023. 5. 24. 07:04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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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과 진료를 하고 운천과 만나 점심을 한 후 신천을 따라 대봉교까지 간다. 느슨하게 걷는다. 오랜만의 새파란 하늘이다. 그늘이 없는 강가는 덥다. 비둘기 떼가 곳곳에서 쉬지 않고 뭔가를 쪼아먹는다. 미물은 먹거리만 해결하면 되니까 좋겠다. 수성교와 대봉교 아래, 팔뚝만 한 잉어들이 양어장 같이 바글댄다. 신기하다. 물이 불어도 떠나지 않으니 이젠 고향이 됐나 보다. 둔치 농구장에서 자전거 묘기를 부리는 중년에게 휴대폰을 겨누자 모델이 돼 준다. 엄지척하자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 거라면서 겸손해한다. 낮추면 높아지고, 높이면 낮아진다.
2.
대봉교역에서 하늘 열차를 타고 청라역에서 내렸다. 청라역은 당초 신남역이었으나 임ㅇ태 형이 청라역으로 시민 제안해 이름이 바뀌었다. 형도 자부심을 느끼고 청라(靑蘿)라는 아호를 쓴다.
청라언덕은 푸른 담쟁이넝쿨 한자음으로 선교사 주택에 덮인 담쟁이넝쿨에서 연유한 작명이다. 이곳에는 서양 선교사들의 주택,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 3.1운동길, 제일교회, 동산병원이 있다. 특히 3.1운동 7일 후(3.8.) 학생들이 이 길을 통해 큰장(서문시장)에 집결해 만세를 외쳤다. 자주독립의 정기가 배인 길이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배운 가곡 '동무 생각'의 배경지이기도 하니 그야말로 대구의 보물이다.
이제 바로 코앞의 청라 식당에 가야 한다. 모임 유사가 성찬을 주문해 기다린다. 반가운 사람들을 생각하니 얼굴에 꽃이 핀다. (202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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