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8. 08:52ㆍ여행의 추억
'놀면 뭐 하니 꿈적이는 게 낫지'. 옛날부터 게으른 이에게 하던 소리다. 내가 그짝이 났다. 요즘 나들이는 이 말에서 비롯한다. 점심을 먹은 후 지인이 "와촌 원효암 가려는데, 놀면 뭐 하니"라고 연락이 와 따라나섰다. 섭씨 32도. 초여름 날씨처럼 꽤 더웠다.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어도 차량 에어컨을 틀었다. 와촌 갓바위로(路)를 따라가다 원효암 표지석을 발견하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절까지는 700여 미터 오르막길. 에어컨을 끄고 차창을 여니 산바람이 청량하다. 주차장 표지판이 있는 공터에 차를 세웠다. 절개지가 바리를 엎어놓은 것 같았다.
절에서는 사월 초파일 맞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주지 스님이 마당에 연등을 매달고 총무 스님은 주변 미화를 했다. 신도인 듯한 봉사자 몇 분이 뒷바라지하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절이어서 바쁘게 일하시는데 둘러보려니 계면쩍었다. 이를 눈치챈 총무 스님이 다가와 말을 붙여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원효암은 668년(문무왕 8) 원효 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1986년 팔공산 산불로 전각이 소실 된 후 1990년에 중창했다. 극락전과 산신각, 요사채, 무애산방 등이 있고 암자 뒤편의 통일신라시대 마애여래좌상이 천년 고찰임을 대변해 준다. 경산이 원효의 안태고향인 만큼 원효암을 비롯해 초개사, 반룡사, 불굴사, 원효굴 등 팔공산과 경산 일대에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굴이 해맑은 소녀 같은 대륜 총무 스님 권유로 차를 마시며 담소한 후 물국수와 김치전으로 저녁 공양까지 했다. 밥값(?)으로 설거지했더니 주먹만 한 과일 한 봉지를 싸주었다. 심산유곡 절집에서도 사가처럼 오가는 정을 냈다. 토끼를 잡으려면 두 귀를 잡고 닭은 두 날갯죽지를 잡고 사람은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놀면 뭐 하니 원효암에 잘 왔다. (202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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