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30. 13:14ㆍ일상다반사
서랍을 정리하는데 변색 된 놋쇠 반지가 나왔다. 후배가 선반(旋盤) 작업을 하다가 여러 개 만들어 지인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준 것이었다. 특별히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었고, 끼고 다니기 그래서 넣어두고 잊어버렸다. 그때는 반짝거려 금반지 같았는데 지금은 옛날 동전 같이 색이 바랬다. 후배의 마음을 잘 간수 못 한 것 같아 미안해졌다.
길을 가다가 땅에 떨어진 소꿉놀이 금반지를 발견해도 진짤까 고개를 갸우뚱하고, 타인의 팔목에 찬 노란 시계 줄을 보면 저게 금 맞을까 하는 버릇이 생겼다. 황금이 자석에 붙지 않는 걸 알고 있지만, 자석을 휴대하여 확인하기도 불가능해 금 감정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마침, 시내에서 삼십여 년 금은방(金銀房)을 하는 친구 가게에 들르게 됐다. 평소 궁금해하던 것을 물었다. 친구는 “진짜 금과 가짜 금은 만지면 감치는 촉감이 다르다.”라면서도 “금 패물에 새겨진 각인도 확인하고, 시금석(試金石)*과 시금액(試金液)을 이용해 진위를 최종 판단한다.”고 했다. 가게 문을 닫는 중이었지만, 시금석과 시금액을 보여주었다.
시금액은 14k, 18k, 22k 세 가지가 있었다. 일명 청석이라 불리는 시금석에 확인할 금을 살짝 문지른 후, 거기에 시금액을 묻혀 나타나는 흔적을 본다. 금 함량에 따라 흔적이 사라지거나 지워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순금은 22k 시약에 지워지지 않고, 18k는 22k 시약에 지워진다. 결국, 도구 없이 눈으로 정확한 감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노란 시계 줄로 바꿔야겠다. 혹시 내 손목을 보고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품일까 짝퉁일까. 그게 무슨 대수일까, 제가 좋으면 그만이지. (22.12.28. 김ㅇㅇ, 권ㅇㅇ형)
* 시금석(試金石): 귀금속의 순도를 판정하는 데 쓰는 검은색 현무암이나 규질의 암석. 금이나 은 조각을 이 돌의 표면에 문질러 나타난 흔적의 빛깔과 표본의 금 빛깔을 비교하여 순도를 시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