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봉을 바라보니

2022. 12. 26. 14:48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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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동 15층 어느 빌딩 꼭대기 층에 커피숍이 생겼다. 커피 맛도 맛이지만, 눈맛이 어떤지 궁금해 가보았다. 탁 트인 전망이 커피 맛을 한층 높여주었다. 굽어보니 하늘 열차로 불리는 도시철도 열차가 기어가는 듯 보이고, 왕년에 살았던 아파트 뒤쪽으로 대구의 여근곡(女根谷)으로 불리는 용지봉(628.5m)이 지척이다. 수성못과 진밭골을 잇는 능선도 마루금을 그었다. 용지봉은 한때 지산·범물동에 살면서 마음만 먹으면 당장 그 품에 안길 수 있었던 산으로 그 덕을 톡톡히 누렸다. 지금은 이사해 산에 들 기회가 쉽지 않다.

용지봉을 바라보니 이곳에서 지냈던 추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두 자녀가 어른이 되었고, 동네에서 함께 살았던 수많은 지인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직 교류하는 사람도 있고 소식이 끊긴 사람도 부지기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2002.4월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 때, 절친 박세ㅇ 부부가 불귀의 객이 되었다. 장례를 치르고 49재를 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지금도 슬픔에 젖는다. 부부가 함께 용지봉을 오르며 하하 호호 웃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흐른다고 어찌 그 일을 잊을까. 세월의 갈피에 그들을 끼워 둔지도 벌써 이십 년이 지났다. 그들이 남기고 간 후유증이 아직도 가슴을 친다. 한겨울 찬바람처럼. (22.12.25. with: 뽀창형, 자현)

도시철도 3호선 범물역과 아파트 뒤로 용지봉이 보인다.
지산범물의 진산 용지봉
용지봉은 대구의 여근곡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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