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룡사에서 뜬금없는 생각

2022. 12. 13. 15:23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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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일, 드라이브 삼아 국도를 타고 고령 반룡사에 갔다. 월막리로 들어서니 구불구불한 도로가 골짝으로 이어졌다. 대낮인데도 그늘이 깊었다. 그만큼 산골이다. 반룡사가 가까워지자 어마어마하게 쌓아둔 곤포 사일리지(Baling Silage)가 눈에 띄었다. 주변에 대형 축산농가들이 보였다.

반룡사는 고령의 유일한 천년고찰이다. 통일신라 애장왕 3년(802년) 해인사와 함께 지어졌다. 용의 기운이 서린 터에 절을 세웠다고 해서 반룡사(盤龍寺)라 불렀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나기 훨씬 전 젊었을 때 돌아가셨다. 그 후 외할머니가 반룡사에서 한동안 기거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반룡사에 들를 때 말씀해 주었다. 외조모 생각이 났다. 상상으로나마 법당에서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시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졌다. 늘 인자하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불심이 깊은 분이셨다. 어릴 때 외할머니 손을 잡고 절에 따라갔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반룡사는 최근에야 새 전각이 여러 동 들어섰지만, 그때는 지금의 지장전과 약사전, 요사채 정도만 있었다.

마당 오른쪽에 천여 평 대밭이 있다. 초겨울의 싱그러운 녹색이 시원스러운 느낌을 안겨주었다. 예전에 한 지관이 ‘대밭 속에 명당이 있다.’라고 쓴 글을 보고 주지 스님에게 물어보았더니 “다 쓸데없는 소리”라며 “믿지 말라.”고 했다. 아직도 향토사학자 중에는 ‘반룡사 터는 제왕지지(帝王之地)’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으니 서늘한 대밭 기운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외할머니는 거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유유자적 좋은 곳에서 잘 살고 계시겠지. 딸인 어머니와 만났을까. 두 분 안부가 궁금하다. (with: 인산,의호 부부)


지장전과 약사전
이끼낀 석축들은 1760년대 조선 영조 때 쌓았다
대밭에는 높이 10m가 훌쩍 넘는 대나무가 빽빽하다.
대적광전 / 1996년 건립
2010년 복원한 반룡사 다층석탑과 반룡사 동종 (원본은 대가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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