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프랑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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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DAY | 뿌엔떼 라 레이나 > 에스떼야
2019.3.25.(월), 맑음.22.1km(122.7km) / 6시간 12분알베르게를 출발해 일직선 골목 도로를 따라 곧장 직진하면 ‘뿌엔떼 라 레이나(왕비의 다리)’가 나온다. 다리 이름과 마을 이름이 똑같다. 유럽에서는 이런 식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왕비의 다리는 6개의 교각으로 만들어졌고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11세기에는 아르가Arga 강을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뱃사공들이 강을 건너는 순례자에게 요금을 많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나바라 왕국의 산초 대왕 부인 ‘도냐 마요르Dona Mayor’는 다리를 만드는 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리의 처음 이름은 아르가강 다리였으나 ‘왕비의 다리Puente(다리) la Reina(왕비)’로 이름을 바꾸었다. 우리도 순례자이니만큼 1000년 ..
2024.12.26 -
04 DAY | 팜플루나 > 뿌엔떼 라 레이나
2019.3.24.(일), 맑음.25.1km(100.6km) / 7시간카미노 걷기는 일찍 시작해 일찍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례자가 많이 몰리는 시기는 알베르게를 선점하려고 더욱 그렇다. 3월인 지금은 한산하지만, 체력을 관리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일찌감치 서두르는 게 낫다. 마음을 낮추어 길 위에 몸을 얹었다.아침 어스름을 밟으며 도심을 지난다. 지난밤의 그 많았던 인파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썰렁한 바람만 어리대고 있었다. 도시에서도 카미노 화살표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주물로 된 표식이 인도에 촘촘히 박혀있어 마음을 놓아도 됐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표식은 길바닥이나 담장, 전신주, 나무줄기 등 어느 한 곳에는 반드시 있었다. 초행길이라도 카미노 ..
2024.12.25 -
03 DAY | 라라소아냐 > 팜플로나
2019.3.23.(토), 맑음.18km(75.5km) / 4시간 10분카미노는 단 하나의 경로로만 정해져 있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과 자전거 길도 따로 있어서 때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라라소아냐에서 팜플로나까지는 거리가 짧았다. 아침 햇살에 눈을 씻고 느긋이 라라소아냐를 출발했다. 100분 정도 걸어 사발디까Sabaldika에 다다랐다. 휴식하던 중 현지인을 만났다. 남자는 우리에게 가까운 길로 가라고 알려주면서 손짓으로 가는 길을 가리켰다. 도로까지 나가는 길은 맞았지만, 경로를 벗어났다. 아마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은 것 같다. 아무튼 이방인에게 선뜻 길을 알려준 성의가 고마웠다.라라소냐에서 팜플로나 구간은 아르가 강Rio Arga을 따라 이어졌다. 지금까지 본 스페인의 강은 폭이 좁은 개울 형태..
2024.12.24 -
02 DAY | 론세스바예스 > 라라소아냐
2019.3.22.(금), 맑음.29.1km(57.5km) / 7시간 56분오늘은 산타 마리아 왕립 성당(레알 콜레히아타 수도원)에서 라라소아냐까지 걸었다. Casa Sabina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친절한 여종업원과 파이팅을 외치며 07:30, 길을 나섰다. 성당을 벗어나자,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790km라는 표지판이 큼직하게 세워져 있다. 시작이 반이라데, 힘을 불끈 냈다.숲 사이로 난 오솔길은 순하고 평탄했다. 얼마나 많은 순례자가 이 숲길을 지나갔을까. 이 길은 성숙한 인격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끝없는 도정의 길이었으리라. 햇살을 받은 나무숲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솔솔바람 사이로 우리의 그림자도 빠져나갔다. 카미노에서 외국인을 많이 대하다 보니 이제는 “부엔 카미노..
2024.12.24 -
01 DAY | 생장피드포르(프랑스) > 론세스바예스(스페인)
2019.3.21.(목), 맑음, 순례 시작.28.4km(28.4km) / 8시간 15분*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 첫날이다. 해발 146m 생장에서 해발 952m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까지 가려면 두 가지 경로가 있었다. 하나는 피레네산맥의 웅장한 풍광을 배경 삼아 걷는 나폴레옹 루트, 또 하나는 국도를 끼고 걸어 경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발까를로스 루트Via Valcarlos였다. 나폴레옹 루트는 적설로 길이 폐쇄됐다. 안전이 우선이기에 순례자협회가 권장하는 발까를로스 루트로 향했다. 예상과 달리 이 루트도 피레네산맥의 아름다운 계곡 길을 맛보기에는 충분했다. 그렇지만 두 번 다시 오기 어려운 순례길인 만큼 ‘카미노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나폴레옹 루트를 밟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발..
2024.12.23 -
0 DAY | 마드리드 > 팜플로나 > 생장피드포르
2019.3.20.(수), 맑음한국을 떠나온 지 삼 일째, 마드리드에서 적응 기간으로 하루를 보내고 팜플로나Pamplona를 거쳐 생장피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 도착했다.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진 평원과 구릉지,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을 보고 스페인의 드넓은 대지에 비로소 와 있다는 게 실감 났다. 벨로라도Belorado 부근에서 순례자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보슬비가 내리는데, 걸음걸이에 힘이 빠진 듯 보여 앞으로의 여정이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모습도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마음속 응원을 했다. 팜플로나 터미널에서 네 번째 순례에 나선다는 LA 교민 남성(74세)과 서울에서 혼자 온 전업주부 윤○미 씨를 만났다. 만리타국 ..
2024.12.22 -
(산티아고 순례 후기)들어가면서
2019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여러 루트가 있으나 가장 대표되는 '카미노 프랑스(프란세스)'를 순례했다. 종교적인 의미나 나를 찾아서라는 고상한 뜻은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걷기 코스여서 우리도(친구 넷)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계획을 세우다가 욕심이 생겨 스페인 몇 도시와 포르투갈, 모로코 사하라 사막까지 추가해 여행했다. 여정은 57일 소요됐다. 우리는 영어 문맹자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순례길을 제외한 숙소와 항공권은 모두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예약했다. 현장 소통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예약 내용을 모두 출력해 가져갔다. 나머지는 스마트폰의 구글 번역기 하나만 믿고 맨땅에 헤딩했다. 다행스럽다면 일행 중 한 명이 순례길을 한 번 완주한 경험이 있어 도움이 됐다. 57일간 비용은..
202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