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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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DAY | 생장피드포르(프랑스) > 론세스바예스(스페인)
2019.3.21.(목), 맑음, 순례 시작.28.4km(28.4km) / 8시간 15분*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 첫날이다. 해발 146m 생장에서 해발 952m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까지 가려면 두 가지 경로가 있었다. 하나는 피레네산맥의 웅장한 풍광을 배경 삼아 걷는 나폴레옹 루트, 또 하나는 국도를 끼고 걸어 경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발까를로스 루트Via Valcarlos였다. 나폴레옹 루트는 적설로 길이 폐쇄됐다. 안전이 우선이기에 순례자협회가 권장하는 발까를로스 루트로 향했다. 예상과 달리 이 루트도 피레네산맥의 아름다운 계곡 길을 맛보기에는 충분했다. 그렇지만 두 번 다시 오기 어려운 순례길인 만큼 ‘카미노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나폴레옹 루트를 밟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발..
2024.12.23 -
0 DAY | 마드리드 > 팜플로나 > 생장피드포르
2019.3.20.(수), 맑음한국을 떠나온 지 삼 일째, 마드리드에서 적응 기간으로 하루를 보내고 팜플로나Pamplona를 거쳐 프랑스 생장피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 도착했다.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진 평원과 구릉지,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을 보고 스페인의 드넓은 대지에 비로소 와 있다는 게 실감 났다. 벨로라도Belorado 부근에서 순례자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보슬비가 내리는데, 걸음걸이에 힘이 빠진 듯 보여 앞으로의 여정이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모습도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마음속 응원을 했다. 팜플로나 터미널에서 네 번째 순례에 나선다는 LA 교민 남성(74세)과 서울에서 혼자 온 전업주부 윤○미 씨를 만났다. 만..
2024.12.22 -
(산티아고 순례 후기)들어가면서
2019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여러 루트가 있으나 가장 대표되는 '카미노 프랑스(프란세스)'를 순례했다. 종교적인 의미나 나를 찾아서라는 고상한 뜻은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걷기 코스여서 우리도(친구 넷)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계획을 세우다가 욕심이 생겨 스페인 몇 도시와 포르투갈, 모로코 사하라 사막까지 추가해 여행했다. 여정은 57일 소요됐다. 우리는 영어 문맹자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순례길을 제외한 숙소와 항공권은 모두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예약했다. 현장 소통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예약 내용을 모두 출력해 가져갔다. 나머지는 스마트폰의 구글 번역기 하나만 믿고 맨땅에 헤딩했다. 다행스럽다면 일행 중 한 명이 순례길을 한 번 완주한 경험이 있어 도움이 됐다. 57일간 비용은..
2024.12.21 -
배낭여행 4주년 미팅
가장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으로는 돈(富)을 벌거나 욕심을 줄이거나 아름다웠던 때를 회상하면 된다. 카미노 추억을 잊지 않은 인산이 "밥이라도 먹자"며 연락해왔다. 사 년 전 오늘은 카미노 순례길을 걸으려고 스페인에 도착했던 날이었고, 현재의 오늘은 그때를 회상하며 행복하자고 맛집 '아사다라'에 모였다. 마드리드에 도착해 짐을 풀고 먼저 찾은 곳은 친절하고 분위기 좋은 스테이크하우스 맛집 '라 카바나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잖은가. 이때부터 먹고 자고 걷는 꿈결 같은 57일간의 추억을 쌓아나갔다. 먼저 800km 걷는 산티아고 순례를 하고 대서양 바닷가 피스떼라로 가서 마무리 의식을 했다. 그런 다음 포르투갈, 모로코를 여행했다. 두 달 동안 아침마다 눈을 뜨면 의욕이 넘쳤고, 잠자리..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