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15)
-
12 DAY | 비암비스띠아 > 까르떼누엘라 리오삐꼬
12.29.09:03경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당하신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국가 애도 기간: ~2025.1.4.)12 DAY | 비암비스띠아 > 까르떼누엘라 리오삐꼬2019.4.1.(월), 흐림.30.8km(288.6km) / 7시간 50분어제(3.31.)부터 서머타임이 맞았다. 길을 나섰다. 출발 시각을 한 시간 앞당기니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종일 30km를 걸었다. 날씨가 흐려 걷기가 좋았다. 비가 올까 봐 평소보다 걸음을 서둘렀더니 몸이 물먹은 솜처럼 됐다. 하지만 마음만은 가뜬했다.알베르게를 나와 한 시간쯤 걸으니 밀밭 입구에 철창으로 막은 작은 돌 움막이 나왔다. 이 움막은 부르고스를 만든 ‘돈 디에고 로드리게스 뽀르셀로스’ 백작이 말년을 외롭게 보..
00:02:05 -
11 DAY | 그라뇬 > 비암비스띠아
2019.3.31.(일), 맑음/오후 흐림. 썸머타임 적용일23km(257.8km) / 5시간 35분호스텔에 투숙한 순례자가 한자리에 모여 아침을 먹었다. 엊저녁에 얼굴을 익힌지라 서로 대화가 오갔다. 많이 웃는 자리였다. 역시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배낭을 정리할 겸 조용히 빠져나왔다. 김○주는 외국인들과 즐거운 대화에 빠져 “먼저 출발하세요. 뒤따라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호스텔을 나서면서 기부금으로 5유로씩 도네이션 박스에 넣었다. 난방이 안 되어 너무 추웠고, 온수가 부족해 샤워를 어렵사리 했지만 두 끼 식사에다 숙박까지 한 것 치고는 거저나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라 리오하 주에서 부르고스 주로 들어간다. 부르고스 지방은 유럽 인류의 발상지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흔적으로..
2024.12.29 -
10 DAY | 아소프라 > 그라뇬
2019.3.30.(토), 맑음.23km(234.8km) / 6시간 55분카미노 대부분은 흙길이거나 비포장 자갈길이다. 이런 길은 자박자박 발소리와 함께 사색의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잡생각도 발걸음에 짓밟힌다. '프랑스 길'Camino frances은 아침 해를 등지고 서쪽으로 향한다. 외로운 생각이 들 때는 그림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림자는 또 다른 나 자신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늘이 없는 오늘 같은 날, 만약 동에서 서로 향한다면 얼마나 눈이 부시고 지루할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현기증이 난다. 어느덧 열흘째, 대중가요 ‘나그네 설움’의 가사처럼 오늘도 걷는다. 나헤라에서 출발하는 김○주와 보조를 맞추려고 평소보다 느지막이 아소프라 임시 알베르게를 출발했다. 30여 분 기다리는 동안 손명락이..
2024.12.28 -
09 DAY | 나바레떼 > 아소프라
2019.3.29.(금), 맑음.25.1km(211.8km) / 6시간 40분오전 7시 15분 나바레떼를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뒤따라오던 김○주가 숙소에 지갑을 두고 왔다며 황급히 되돌아갔다. 분실할까 봐 베갯잇 밑에 둔 것을 깜박했다. 다행히 지갑을 찾았다. 이국땅에서 지갑을 잃어버린다면 큰 낭패다. 우리도 지갑을 잃지 않으려고 샤워할 때도 두 사람씩 교대로 한다. 벤또사의 바르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김○주를 기다렸다. 지쳤는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벤또사를 벗어 날쯤 ‘알비아 와인’ 회사가 나타났다. 마당에 들어서니 건물만 덩그렇고 저장고가 보이지 않았다. 와인병이나 용기를 만드는 곳인지 알 수 없었다. 그곳 마당에 들어선 이유는 와인보다 수백 년 됨직해 보이는 거대한 올리브 나무 때문..
2024.12.28 -
08 DAY | 비아나 > 나바레떼
2019.3.28.(목), 맑음.22.8km(186.7km) / 6시간 11분오늘 카미노는 푸른 밀밭 대신 포도밭이었다. 오전 7시 비아나 알베르게 Andres Munoz를 나왔다. 오르막길인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가 ‘산 뻬드로 수도원Monasterio de San Pedro’을 만났다. 13세기에 지어졌다는 수도원의 거대한 현관이 마치 어제 만들어진 듯 새것같이 잘 보존돼 있었다. 주택가를 가로질러 자동차전용도로까지 가는 동안 카미노 사인이 무수히 나타났다. 벽, 담장, 인도와 도로 바닥에 과하다 싶을 만큼 넘쳐났다. 길 잃는 순례자가 많아서인지 비아나 시민의 배려인지는 모르겠다. 우리에겐 도움이 컸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횡단하는 목조 육교를 건너 카미노로 들어서니 막 피기 시작한 노란 유채꽃이 바람..
2024.12.28 -
07 DAY | 로스 아르꼬스 > 비아나
2019.3.27.(수), 맑음.18.8km(163.9km) / 5시간 5분새벽에 숙소에서 마당으로 나왔다. 깜깜한 밤하늘, 별들이 지평선까지 들어찼다. 세상에! 별들이 여기에 다 모였다. 보석이 이보다 찬란할까. 머리 위로 별이 마구 쏟아질 것 같다. 황홀한 별빛을 가슴에 가득 눌러 담는다. 봄이건만, 새벽바람은 여전히 찼다. 별님에게 순례 기간 우리의 여정이 무탈하도록 기원했다.일곱 시, 로스 아르꼬스를 출발했다. 첫 번째 마을인 산솔까지는 유순한 경사를 타고 앉은 밀밭이 펼쳐졌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언덕 위에 위치한 마을을 빤히 보면서 한 시간이나 걸었다. 카미노를 걷다 보면 마을이 보여도 그때부터 한두 시간은 더 걸어야 마을에 닿았다. 오전에 힘차게 걷는 동작도 오후가 되면 힘이 빠져 느슨해..
2024.12.28 -
06 DAY | 에스떼야 > 로스 아르꼬스
2019.3.26.(화), 맑음.22.4km(145.1km) / 5시간 20분에스떼야에서 출발해 30여 분 지났다. 포도주로 유명한 이라체 수도원이 나왔다. 공식 명칭이 ‘산따 마리아 데 이라체 수도원 Monasterio de Santa Maria de Irache’이다. 11세기에는 순례자 병원으로 이용되었다가 17세기 초에는 베네딕토 수도회 대학교로 바뀌었다. 지금은 국영 호텔인 빠라도르로 활용되고 있다.수도원을 지나다 보면 철문을 설치한 벽면에 수도꼭지가 두 개있다. 하나는 물이 나오고 또 하나에서는 포도주가 나온다. 비치돼 있는 작은 컵으로 한 컵을 받아 마시니 입안 가득 감칠맛이 돌았다. 어떤 이는 배낭의 조가비로 마시기도 하고, 빈 병에 한가득 받아 가기도 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다녀온 ..
2024.12.27 -
05 DAY | 뿌엔떼 라 레이나 > 에스떼야
2019.3.25.(월), 맑음.22.1km(122.7km) / 6시간 12분알베르게를 출발해 일직선 골목 도로를 따라 곧장 직진하면 ‘뿌엔떼 라 레이나(왕비의 다리)’가 나온다. 다리 이름과 마을 이름이 똑같다. 유럽에서는 이런 식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왕비의 다리는 6개의 교각으로 만들어졌고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11세기에는 아르가Arga 강을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뱃사공들이 강을 건너는 순례자에게 요금을 많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나바라 왕국의 산초 대왕 부인 ‘도냐 마요르Dona Mayor’는 다리를 만드는 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리의 처음 이름은 아르가강 다리였으나 ‘왕비의 다리Puente(다리) la Reina(왕비)’로 이름을 바꾸었다. 우리도 순례자이니만큼 1000년 ..
2024.12.26 -
04 DAY | 팜플루나 > 뿌엔떼 라 레이나
2019.3.24.(일), 맑음.25.1km(100.6km) / 7시간카미노 걷기는 일찍 시작해 일찍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례자가 많이 몰리는 시기는 알베르게를 선점하려고 더욱 그렇다. 3월인 지금은 한산하지만, 체력을 관리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일찌감치 서두르는 게 낫다. 마음을 낮추어 길 위에 몸을 얹었다.아침 어스름을 밟으며 도심을 지난다. 지난밤의 그 많았던 인파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썰렁한 바람만 어리대고 있었다. 도시에서도 카미노 화살표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주물로 된 표식이 인도에 촘촘히 박혀있어 마음을 놓아도 됐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표식은 길바닥이나 담장, 전신주, 나무줄기 등 어느 한 곳에는 반드시 있었다. 초행길이라도 카미노 ..
2024.12.25 -
03 DAY | 라라소아냐 > 팜플로나
2019.3.23.(토), 맑음.18km(75.5km) / 4시간 10분카미노는 단 하나의 경로로만 정해져 있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과 자전거 길도 따로 있어서 때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라라소아냐에서 팜플로나까지는 거리가 짧았다. 아침 햇살에 눈을 씻고 느긋이 라라소아냐를 출발했다. 100분 정도 걸어 사발디까Sabaldika에 다다랐다. 휴식하던 중 현지인을 만났다. 남자는 우리에게 가까운 길로 가라고 알려주면서 손짓으로 가는 길을 가리켰다. 도로까지 나가는 길은 맞았지만, 경로를 벗어났다. 아마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은 것 같다. 아무튼 이방인에게 선뜻 길을 알려준 성의가 고마웠다.라라소냐에서 팜플로나 구간은 아르가 강Rio Arga을 따라 이어졌다. 지금까지 본 스페인의 강은 폭이 좁은 개울 형태..
202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