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DAY | 로스 아르꼬스 > 비아나

2024. 12. 28. 00:14산티아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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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27.(수), 맑음.
18.8km(163.9km) / 5시간 5분



새벽에 숙소에서 마당으로 나왔다. 깜깜한 밤하늘, 별들이 지평선까지 들어찼다. 세상에! 별들이 여기에 다 모였다. 보석이 이보다 찬란할까. 머리 위로 별이 마구 쏟아질 것 같다. 황홀한 별빛을 가슴에 가득 눌러 담는다. 봄이건만, 새벽바람은 여전히 찼다. 별님에게 순례 기간 우리의 여정이 무탈하도록 기원했다.


일곱 시, 로스 아르꼬스를 출발했다. 첫 번째 마을인 산솔까지는 유순한 경사를 타고 앉은 밀밭이 펼쳐졌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언덕 위에 위치한 마을을 빤히 보면서 한 시간이나 걸었다. 카미노를 걷다 보면 마을이 보여도 그때부터 한두 시간은 더 걸어야 마을에 닿았다. 오전에 힘차게 걷는 동작도 오후가 되면 힘이 빠져 느슨해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 오래 서 있는 들풀처럼 시들시들해졌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산모퉁이를 돌면 짠~하고 마을이 나타나 주기를 상상한 게 여러 번이다.


정오쯤, 비아나에서 여정을 마무리한 게 행운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마을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오래된 성벽과 아름다운 집들이 그림 같았다. 알베르게에 등록한 후 카사 아르멘다리스 Casa Armendariz의 점심 식사는 실속 있고 맛났다. 짭짤한 맛이 없어도 넉넉한 식사를 했다.
마을을 산책했다. 시에스타로 인적 없는 쥐 죽은 듯한 고요한 거리를 천천히 걷는 기분은 무어라 말할 수 없다. 어쩌면 영화처럼 괴기스러웠다. 우리가 이 마을의 주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느긋하게 긴 시간 동안 주인 행세를 즐겼다.


매일 저녁 장을 볼 때 다음 날 아침에 먹을 바게트와 컵라면 그리고 우유나 바나나를 사 놓는다. 또 하나 빠트리지 않는 것은 와인 두 병이다. 함께 나눠 마시면서 하루를 돌아보고 잠드는 게 습관이 됐다.
스페인의 와인 가격은 우리 돈 1,000원 정도부터 시작한다. 물론 비싼 것도 있지만 현지인들은 대부분 싼 것부터 사서 먹는다. 마켓의 진열대를 보면 1,000원짜리가 떨어지면 1,300, 1,500, 2,000… 가격순으로 팔려나갔다. 만 원 이상 되는 와인은 자물쇠를 채워두었다. 매일 와인을 마셨지만, 같은 브랜드를 살 수 없었다. 지역마다 그만큼 와인 브랜드가 다양했다. 와인은 숙성 기간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달랐다. △비노 호벤Vino Joven : 젊음(Young)을 의미한다. 그해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양조한 후 다음 해 판매한다.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치지 않고 바로 마시는 와인이다. △크리안사Crianza : 오크통 속에서 적어도 6개월 이상 숙성, 수확 후 2년간 숙성한다. △레세르바 Reserva : 3년 숙성, 1년은 오크통에서 숙성 △그란 레세르바 Gran Reserva : 수확 후 5년 숙성, 18개월은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와이너리Winery(와인이 만들어지는 포도원 또는 양조장)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인 숙성기간은 같다. 슈퍼나 마켓에서는 고가 와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도시에 있는 스페인의 유일한 백화점 엘 꼬르떼 잉글레스 el corte ingles에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이 즐비하다고 한다. 우리는 순하고 착한 혀를 가진 덕분에 값 싼 와인도 만족하게 즐겼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서 마셨더니 꽤 비쌌다. 그렇지만 맛을 구별할 수 없었다.


끝없는 포도밭



■ 비아나, 산따 마리아 성당 Iglesia de Santa Maria

12세기에 템플 기사단이 예루살렘의 성묘 성당과 유사하게 만든 팔각형 평면의 성당이다. 8각형 평면은 템플 기사단의 특징이다. 19세기까지 기사단 의식을 치르는 비밀스러운 장소였다고 한다.


■ 비아나, 산 뻬드로 수도원 Monasterio de San Pedro

13세기에 지어져 18세기 후반까지 증축이 여러 번 되었다. 바로크 양식의 거대한 현관이 돋보이며 보존 상태가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