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2. 00:11ㆍ일상다반사
지난 여름에 경주박물관에서 성덕대왕신종을 친견했다. 거대한 종은 위엄이 서려 있었다. 종은 멀리 있는 사람이 들으라고 울리는 데 소리가 어떨지 궁금할 즈음, '드엉' 울렸다. 선명하고 장엄했다. 종소리는 방문자를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자동으로 들려주는 녹음이었다. 선입견 때문인지 종소리에서 산사가 보였다가, 독경 소리가 들리었다가 하는 것 같아서 신비했다. 어릴 때는 종소리가 에밀레 한다기에 그렇게 믿기도 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행여나 그 소리가 들려올까 봐 귀를 기울여 바라기도 한다.
동양종은 표면 밖에서 당목으로 쳐서 소리를 내고, 서양종은 표면 안에 추를 매달아 흔들어 소리를 낸다. 종의 규모와 소리의 크기가 엄연히 다르다. 동양종 중에서도 우리나라 범종은 소리가 장엄하고 표면에 새겨진 문양의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 세계의 종 중에서 걸작으로 꼽힌다. 종은 삼국 시대 때부터 만들어졌으나 삼국 시대의 것은 문헌상으로만 남아 있고, 현존 하는 종은 통일신라 12구를 비롯해 모두 331구라고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된 종은 국보로 지정된 725년(성덕 24)에 만든 상원사 동종이다. 천삼백 년 전에 조성한 종으로 우리나라 종의 고유한 특색을 갖춘 모본이 된다니 경이롭다. 다음으로 오래된 종은 771년(혜공 7)의 성덕대왕신종(국보)으로 일명 봉덕사종, 에밀레종으로도 불린다. 몸통에 있는 1,000여 자의 명문은 금석문의 귀중한 사료가 된다고 한다. 크기나 아름다움이 최고 수준이다.
사족을 붙이면, 범종을 매다는 고리는 용의 세째 아들인 포뢰(蒲牢)다. 용생구자설에 따르면 포뢰는 목소리가 크고 고래를 무서워한다. 그래서 당목은 앞이 뭉턱하고 뒤가 가는 모형으로 고래를 상징한다. 고래가 종을 때리면 고리에 있는 포뢰가 놀라 큰 소리로 울며 멀리 달아난다. 선조들은 종소리가 크고 멀리가도록 기원하는 마음을 범종에 담은 것이다.
범종 구조의 명칭
용뉴(龍鈕): 용머리와 휘어진 목으로 구성된 종을 매다는 고리.
음통(音筒): 용통(甬筒), 음관(音管)이라고도 불리는 대롱 모양의 관. 내부가 비어 있고 종의 몸체와 관통되도록 작은 구멍을 뚫어놓았다.
천판(天板): 용뉴와 음통이 있는 넓고 편평한 종의 상부 면.
견대(肩帶): 천판 외연을 돌아가며 연판무늬 띠가 둘러진 장식대.
상대(上帶): 천판과 연결된 종신 상부의 문양.
연뢰(蓮蕾): 연꽃봉오리 형태로 돌출된 9개의 장식. 유두(乳頭)라고도 한다.
연곽(蓮廓): 연뢰를 싸고 있는 4개의 방형곽.
종신(鐘身): 종의 몸체.
명문(明文): 종신에 새기는 사찰 이름 또는 종을 만든 목적과 사유 등을 기록.
종신부조상(鐘身浮彫像): 종신의 당좌와 당좌 사이 앞뒤 면 동일하게 주악천인상과 공양비천상, 불.보살상 등을 장식한다.
당좌(撞座): 종을 치는 자리. 원형의 연꽃 무늬와 그 주위의 당초무늬를 장식한다.
종구(鐘口): 종의 터진 입구 부분.
하대(下帶): 종구에 연결되는 아래 문양 띠. 상대
와 동일한 구조.
당목(撞木): 종을 치는 나무 기둥.
명동(鳴洞): 종루의 종 밑 부분에 반달 모양의 홈을 파거나 항아리를 묻은 것. 타종 시 종소리의 공명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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