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 R. 구르몽

2024. 11. 14. 00:12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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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가을, 슬픈 음악처럼 나뭇잎이 진다. 아침 출근길 횡단보도를 건너면 제법 구르는 소리를 내던 갈잎이 이제는 이불처럼 쌓였다. 나무는 동절기를 대비하느라 잎을 떨어내는데, 나는 오히려 지난여름을 떠올린다. 짙은 녹음을 만들어주던 무성하던 잎 넓은 이파리를 그리며 돌아오지 않을 상념에 잠긴다. 부허하던 젊은 시절, 소쩍새 우는 사연을 찾아 낡은 시집을 뒤적인다.




시몬, 나뭇잎새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쓸쓸하다
낙엽은 덧없이 버림을 받아 땅 위에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석양의 낙엽 모습은 쓸쓸하다
바람에 불릴 적마다 낙엽은 상냥스러이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리라
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었다. 바람이 몸에 스민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ㅡ R. 구르몽, 낙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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