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9. 09:06ㆍ여행의 추억
며칠 전부터 집사람이 마천산에 가자고 했다. 아침 먹고 남은 밥으로 김밥을 말고, 사과 한 개, 귤 두 개, 삼다수 두 통을 배낭에 넣고 출발. 지하철을 타고 가다 간식거리를 빼먹은 게 기억났다. 문양역에 내려 밖에 나오니 할머니들이 펼쳐놓은 난전의 시끌벅적한 모습이 살맛 나 보였다. 멀지 않은 등산로 입구로 직행했다.
마천산(馬天山)은 달성군 다사읍과 하빈면 경계를 이루는 야트막한 산이다. 땅의 형세가 목마른 말이 물 마시는 것처럼 생겼다는데 범부의 눈으로는 상상이 어렵다. 국립지리원의 산 높이는 196m지만, 등산로 이정표의 가장 높은 곳은 해발 274m다. 문양역에서 출발해 원점 회귀하면 7.5km, 중간에 하산하면 4.4km 거리다. 산이 낮은 데다 주변에 논매기 매운탕 집이 밀집해 장년층이 겸사겸사해 많이 찾는다. 산에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컸다. 방제 대책이 시급해 보였다.
등산로를 따라 삼십 분쯤 올라가니 태극기가 펄럭이는 정상. 금방 정상이라니 시시한 느낌이 살짝 든다. 2010년 경북공고 기계과 동문 산악회에서 정상석을 세웠다. 정상석을 보면 세운 단체에 경의를 느낀다. 걷는 것도 힘든데 무거운 오석을 옮기느라 얼마나 수고했을지 쉽게 상상됐다. 마천산 등산로는 탁 트인 전망이 한 곳밖에 없어 정상석도 볼거리였다. 얕은 산의 특성상 오르막 내리막이 거듭됐다. 안전한 등산로를 조성하려고 전 구간에 야자 매트를 까는 중이었고, 전망대도 한 곳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바다 같은 구름 아래 멀리 가야산이 가물가물 보였다. 망원경을 설치하면 인기를 끌겠다. 한적한 벤치에서 꿀맛 같은 김밥을 먹으니, 과거의 산행이 회상됐다. 흘러간 것을 추억하는 것이 늘그막 삶이다. 청춘일 때는 앞으로 나아가기에만 바빴다. 천천히 걸어서 문양역에 원점 회귀했다. 세 시간 반쯤 걸렸다. 밋밋한 코스를 집사람이 좋다면서 매달 한 번씩 오자기에 가슴이 철렁했다. 문양역 로컬 푸드점에서 단감과 시나노 골드를 한 봉지씩 사서 돌아왔다. 달콤했다.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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