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3. 07:59ㆍ여행의 추억
서원은 조선시대 사립 고등교육기구다. 지성의 요람이자 성리학 발전의 중심지였다. 그래선지 서원에 가면 기가 죽는다. 가방끈이 짧은 탓도 있거니와 어려운 글자의 현판과 대청에 걸린 한자가 빽빽한 편액을 보면 머리가 찌근거린다. 옛 선비들은 한자를 어떻게 외고, 글씨를 인쇄한 것처럼 또박또박 썼는지 경이롭다. 몰라도 그만일 현대에도 저것을 보면 답답해진다. 한편으로는 과거 선비들이 얼마나 우쭐거리며 뽐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수많은 서원이 철폐된 이유 중 하나가 이와 다름없다. 결국, 영조는 무허가로 세워진 모든 서원을 철거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고, 흥선대원군은 철폐령까지 내렸다. 다행히 학문적으로 존경받는 유학자를 많이 배출한 소수서원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훼철되지 않았다.
소수서원 터는 본래 통일신라 때 창건한 '숙수사'라는 절이었다. 고려 후기 문신인 안향과 그 아들, 손자까지 이곳에서 학문을 닦았다. 그 후 숙수사는 숭유억불을 지향하는 조선이 건국되어 폐사된 듯하다. 풍기 군수 주세붕이 절 터에 소수서원의 전신인 백운동서원을 창건했고, 후임 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이 조정에 건의해 '紹修書院' 사액을 하사받아 조선 최초의 사액서원*이 됐다. 紹修란 '교학을 다시 어어 닦게 하라'는 뜻이다. 서원은 민간이 인재를 양성하려고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 전통 유산이다. 오늘날 소수서원을 포함 우리나라 대표 서원 아홉 곳이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세운 지 476년 만에 전 세계로 널리 알려졌다.
오늘은 고교 동기 야유회에 동참해 맛있는 음식을 먹어가면서 단양 사인암, 충주호 유람, 영주 소수서원, 선비 세상을 둘러보고, 오랜만에 동기 부부들과 친목도 나누는 뜻깊은 하루가 됐다. 물심양면 애쓴 집행부에 감사드린다. (2024.10.20.)
* 사액서원(賜額書院): 조선 시대 국왕으로부터 편액·서적·토지·노비 등을 하사받아 권위를 인정받은 서원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서원: 소수서원(경북 영주), 남계서원(경남 함양),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필암서원(전남 장성), 도동서원(대구 달성), 병산서원(경북 안동),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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