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소바 경산점을 다녀와

2024. 10. 3. 08:44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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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동소바 경산점>은 경산 참외단지와 하양 유채 꽃단지를 잇는, 인도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롯가에 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건물이었다. 하얀 외벽의 커다란 수풀 森(삼) 자가 눈길을 끌었다. '삼동소바'는 일본 에도 시대* 때부터 전해오는 전통 소바에 안동산마를 갈아 넣어 제공한다고 한다.
일본 메밀국수인 '소바' 글자를 보니, 젊은 시절 직장 인근의 선술집 스타일의 한 '소바 식당'이 떠올랐다. 상호는 잊었지만, 면을 좋아해 점심때면 가끔 들러 '미소 소바'나 '시나 소바'를 먹었다. 구수하면서 담백해 내 입에 딱 맞았다. 아쉽게도 그 집은 점포 임대 기한이 끝나자, 문을 닫았다. 더 아쉬운 점은 그런 소바집을 아직 찾지 못한 데 있다. 열흘 전, 삼동소바 상호를 보고 그때의 소바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시간을 내 식당에 도착하니 17:05. 1등일 줄 알았는데 십여 대 주차 공간에 겨우 두 곳만 비었다. 주차하고 안에 들어가니 손님이 많아 내심 놀라웠다. 실내는 인테리어가 단순 깔끔하고, 천장이 높아 상쾌했다. 빈자리를 안내받아 탁자 키오스크 메뉴를 살펴보니 미소나 시나 소바는 없었다. 집사람은 온소바를, 나는 우육소바 정식을 주문했다. '정식' 이름이 붙은 메뉴는 돈가스가 추가된다. 키오스크는 주문 후 카드 결제까지 하니 편리하고 똑똑한 기계였다. 서빙 로봇처럼 일손을 줄이니, 앞으로 구직난 심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음식을 기다리며 실내를 훑어보니 주방 옆에 셀프바가 있고, 테이블 20개에 76석 만석이다. 단체는 8명이 적정해 보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소바 그릇에 족대가 얹혀 있어 특이했다. 숟가락이 있는데 국물을 앞접시에 덜어 먹는 용도였다. 품위용(?)으로 보였다. 온소바와 우육소바는 겉모양이 비슷했다. 해초류와 유부는 같았으나 온소바에는 어묵이, 우육에는 차돌박이가 들었다. 국물 맛이 담백했다. 메밀면은 국숫발보다 굵고 탱탱했다. 식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즉석에서 튀긴 돈가스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기본 찬인 단무지는 아삭아삭, 생강 초절임은 새콤달콤, 산고추 절임은 새콤매콤해 소바와 어울렸다. 삼동소바집은 특정한 메뉴만 취급하므로 기대했던 미소 소바는 없었다. 최근 요식업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양적 성장을 우선해 수제 음식이 점차 줄어드는 실정이다. 멋 중의 맛보기 멋이 제1이라는 말도 곧 옛말이 되겠다. 17:35 식사 마치고 밖에 나오니 대기 차들이 줄을 섰다. 얼른 차를 뺐다. (2024.10.1.)

* 에도 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통치한 1603년부터 1868년까지의 시기. 1868년 5월 메이지 유신으로 막을 내렸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 화성로 323 (대조리)
온소바(9,000원)
우육소바 정식(돈가스 포함 14,000원)
돈가스는 맛있었지만, 즐기지 않아 반 남겼다.
나올 때 모습. 왼쪽 키오스크 보이는 빈자리가 앉았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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