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3. 08:28ㆍ입맛
하루 두 끼를 중식당에서 먹었다. 낮에는 목식회 식구와 대만인이 하는 <차이나타운>에서, 저녁은 지인들과 한국인이 하는 <화중>에서다. 두 집 다 서민의 식당으로 꽤 괜찮은 곳이다. 맛이 좋고 가성비가 높다.
<차이나타운>은 같은 기름진 음식이라도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식용유로 카놀라유를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손꼽는 음식이 유니짜장면이지만, 오늘은 더운 날씨로 계절 메뉴인 냉 우동을 먹었다. 냉 우동은 육수가 살얼음으로 면을 다 먹을 때까지 탱글탱글해 식감이 시원하다. 고명으로 얹은 새우와 달걀지단이 미각을 돋우었다. 계란채를 실처럼 아주 가늘고 곱게 쓸어 사람 솜씨가 맞나 싶었다. 사이드 메뉴로 라조육을 시켰다. 뭔가 2% 부족해 이과두주 소짜도 모셨다. 식사 후 일어서려다 면을 뺀 유니짜장을 포장해 들고나왔다. 밖은 대낮 열기가 끔찍했다. 몇 잔 마신 탓에 지하철까지 걸어가는 데 진땀을 뺐다. 더운 날 낮술은 역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 대구 달서구 월배로69길 40 (송현동)
<화중>의 제1 메뉴는 전가복이다. 대중소 가격이 예전보다 높다. 오늘은 유산슬과 탕수육으로 소담을 즐겼다. 화중의 특징은 무슨 요리든 소짜를 시켜도 양이 좋다. 술은 점심때 더위를 많이 타 사절하고 잡담으로 대신했다. 그래도 술이 없어선지 분위기가 싱거워 세 명이 2인용 쟁반짜장을 다 먹지 못했다. 맛있는 짜장면이 남은 것을 보니 정연복 시인의 '짜장면' 詩 한 토막이 떠올랐다.
'허름한 중국집/ 짜장면 한 그릇/ 입도 마음도/ 행복하게 해주는/ 지상에서/ 천국을 맛보는 음식'
* 대구 수성구 수성로 332 (수성동2가)
이제는 중식당 요리사의 국적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식재료와 조리 방법이 비슷하니,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요리 솜씨가 쌍벽을 이루는 것 같다. 고급 식당은 예외로 치더라도 서민 식당은 맛의 차이가 살짝 나도 양이 커버하고, 음식을 그릇에 예쁘게 담는 센스가 고객의 정서를 사로잡기도 한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단골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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