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2. 08:14ㆍ입맛
친구들이 모여 점심으로 장어구이를 먹었다. 전문집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다. 지난번 식당에서 우연히 장어 얘기가 나왔는데, 사장님이 자기도 장어구이 잘한다면서 시켜만 달라고 말해, 5kg을 예약해 이루어진 점심이었다.
때깔이 전문점보다 곱지 않았지만, 장어 본래의 맛은 비슷했다.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어 기본 곁들이를 제외하고도 탕과 밥, 먹을 양만큼의 잡채가 푸짐하게 서비스로 나왔다. 탕은 어머니 손맛 같아 친구들 호응을 얻었다. 종업원의 서빙도 신속해 식사를 즐겁게 마쳤다. 여사장님이 -전문점에서 조금밖에 주지 않는- 생강을 가늘게 채 쳐서 듬뿍 내놨다. 장어는 찬 성질, 생강은 따뜻한 성질이라면서 같이 먹어야 음식 궁합이 맞다고 했다. 귀가 얇은 우리들, 몸에만 좋다면 비상도 먹는다는 속담처럼 알싸한 생강 채를 전부 바닥냈다.
먹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건강해지려면 잘 먹어야 한다. 홀에서 밥 먹고 술 추렴하는, 짧지 않은 4시간 반 동안 -다행히 다른 손님이 없어- 떠들썩하게 보낼 수 있었다. 좋은 음식은 좋은 사람과 먹으면 효과가 두 배다. 친구들과 먹은 점심 한 끼가 에너지 원천이 되었나 보다.
사족을 달자면, 식당은 왕갈비와 삼겹살을 파는 서민 식당으로 상호가 <여보 왕갈비>다. 이름이 오묘했다. '여보'가 웬 말이냐고 물었더니 여사장님이 "손님 끌려고 16년 전 철학관에서 지었다"고 했다. 재밌는 상호 때문인지, 사장님의 소박한 성품 덕분인지 손님이 쏠쏠한 데다, 지자체로부터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받아 영업한다. 밝고 친절한 이순(耳順)의 여사장님, "서민 동네라 값 올릴 수가 없어요"라며 방긋 웃었다. 식당을 나오면서 다 같이 한마디 했다.
"여~보오~ 우리 나갑니다." (2024.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