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0. 08:27ㆍ입맛
친구를 만났다. 마침, 점심때고 날도 더워 냉면 먹으려고 '최고산 면옥'에 갔다. 그런데 앗! 입구에 차단기가 내려져 있고 휴무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순간 멘붕에 빠졌다. 어디로 갈지 심각했는데 친구가 "2호집 어떤노?"라고 묻는다. 두말없이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식당을 추천한 친구는 '의호'다. 이름을 부르면 마치 이호가 된다. 이호라서 2호집이 쉽게 떠오른 모양이다.
<2호집 돼지국밥>은 2대째 40년을 이어오는 국밥집이다. 과거부터 친구들과 자주 몰려다녔다. 혼자 가본 적은 없다. 국밥 맛이야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물의 깊은 맛과 수육의 부드러움은 여느 집과 다르다. 밝은 분위기와 친절함도 자랑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현재 장소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범어시장이 있었다. 1979년부터 돼지국밥집들이 모여 장사했다. 두 번째 가게여서 2호집으로 작명했다. 일반 상호도 있었으나 대개 1호집, 2호집, 3호집, 5호집, 7호집으로 간판을 내걸었다. 실비였고 주변에 직장인이 많아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가 2000년 5월 화마에 시장이 폐허가 됐다. 그 자리에 아파트 재개발이 돼 모두 떠나고 2호집만 남았다. 지금은 장소를 옆으로 조금 옮겨, 아들이 맡아 한다.
친구는 얼큰한 것을 좋아해 국에 다진 양념과 새우젓을 많이 넣었다. 국물이 빨개졌다. 식사를 마치니 국물이 그대로 남았다. 식으면서 엄청나게 짜진 것이다. 돼지고기에 새우젓을 함께 먹는 이유는 간을 맞추는 역할도 있지만, 기름진 돼지고기의 소화를 촉진하는 데 있다. 새우젓에는 강력한 지방 분해 효소(리파아제)가 들어있다. 먹거리 섭취에도 조화와 배합이 필요하다.
청춘 때부터 다녀 정이 붙었다. 지금도 친구들이 모이면 2호집이 궁금해 가끔 찾아간다. 넉넉하게 배를 불려도 가성비가 좋아 누구나 깃대 잡기가 수월하다. 주인은 맛있는 음식 재료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오늘도 국물이 구수하고 고기 맛이 깔끔했다. (202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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