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5. 08:19ㆍ입맛
삼복(三伏)의 셋째 복인 말복(末伏). 그냥 넘기기에 섭섭해 친구들이 모였다. 더위를 물리치자는 복달임은 명분이고 무더위로 한동안 소원했기에 얼굴 좀 보자는 거다.
며칠 전 메신저 호야가 말복에 <남강 장어>로 오라고 한다. 점심 특선으로 장어탕과 구이 세트가 괜찮다고 귀띔하면서. 시각에 맞추어 남강에 도착하니 복날이어서 손님이 꽤 많았다. 호야가 먼저 와 상을 봐 놓았다. 곁들이 음식이 잘 갖춰져 푸짐해 보였다. 맛보기 미꾸라지 튀김과 무침회까지 있다. 모두 모이자, 식사가 나왔다. 장어탕과 구이 세트가 나왔다. 탕은 뚝배기에, 구이는 무쇠 판에 한 마리 담겼다. 작았지만 공깃밥 먹는 데는 충분했다. 까만 간장 같은 소스가 달큰하고 진했다. 두 달 전에 먹어 본 숯불 구이하고는 맛이 아주 달랐다. 반가운 대화하면서 먼저 구이로 밥을 먹고, 남은 밥은 뜨거운 탕에 말았다. 구수하고 부드러워 목 넘김이 수월했다. 복달임 비용은 살림이 나은 대진이 주머니에서 총잡이처럼 카드를 뽑았다. 우리는 밥 먹고도 손님들이 다 나갈 때까지 잡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조선 시대 궁중에서는 복날, 고관들에게 쇠고기와 얼음을 하사했다. 백성들은 귀한 쇠고기 대신 개장국을 끓여 먹으며 더위를 물리쳤다. 얼마 전까지 보신탕이란 이름으로 풍속이 유지됐으나 이제는 세상이 변하여 찾아보기 어렵다. 개장국은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대의 설화가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그 자리는 장어탕이 차지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 차를 탔더니 복권방에 들러 로또 두 장을 사 준다. 당첨되면 10%만 달란다. 복(伏)날 진짜 복(福) 만났다. 복아, 터지기만 터져다오. (202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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