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대림 식당, 춤추는 산낙지 철판볶음

2024. 8. 14. 07:41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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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와 주꾸미볶음 중에서 주꾸미를 즐긴다. 낙지는 식감이 단단해 씹기가 부드러운 주꾸미를 좋아한다. 친구 소개로 한 식당에 갔는데 의외로 낙지 육질이 부드럽고 순해 맛있고 즐겁게 먹었다.
지하철 대명역에서 이백 미터쯤 떨어져 이면 도로에 위치한 <바다와 대림>은 산낙지와 꼬막 전문 식당이었다. 메뉴판에 다른 해산물 요리도 있긴 했지만, 주력은 꼬막과 산낙지 같았다. 작은 수족관의 많은 산낙지가 그걸 증명하는 듯했다. 저녁용 맛집인지 점심때는 손님이 한산했다.

'춤추는 산낙지 철판볶음' 4인분을 주문했다. 사각 철판에 콩나물 등 여러 야채를 푸짐하게 올려 숨을 죽였다. 사장님 부부가 산낙지를 들고 와 철판에 올리기 전에 먼저 가느다란 세발 부분을 가위로 잘라 소금장에 담아 회로 맛보도록 해 주었다. 다른 식당에 없는 서비스였다. 그런 다음 산낙지를 야채 위에 뚝뚝 잘라 올렸다. 낙지 발이 철판 위에서 춤을 추었다. 춤춘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볶음이 익는 동안 회를 음미하며 소주로 목을 축였다. 산낙지 다리는 꼭꼭 씹어야 한다. 빨판이 입속이나 기도에 달라붙으면 안 된다. 소금장에 듬뿍 찍는 이유도 참기름이 윤활유 역할을 하고, 소금이 빨판을 움츠러들게 만들어 목 넘김을 안전하게 하려는 거다. 볶음은 비주얼도 먹음직했다. 간도 적당했고 통통한 데도 살이 연했다. 자작한 국물에는 먹물 향이 살짝 뱄다. 고급스러운 냄새는 입맛을 자극한다. 앞접시에 볶음을 덜어 와 김에 싸 먹으니, 입안이 풍요로웠다. 작지도 않은 낙지가 씹는 데 부담이 없었다. 여느 낙지볶음과 달리 살이 단단하지 않은 것은 산낙지라서 그런지 궁금했다.

볶음을 먹은 후 밥을 비볐다. 꼬막무침 소짜를 추가해 볶음밥에 섞었다. 고소한 밥에 꼬막의 쫄깃한 맛이 어울렸다. 바다와 개펄 내음이 입안에 가득 찼다. 사장님의 유머러스한 조리 스타일도 맛있게 먹는 데 일조했다. 숟가락을 놓으면서 상호가 <바다와 大林>인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됐다. 밖을 나오니 앞에 남대구 세무서 주차장이었다. 들어갈 때는 예사로 본 모양이다. (2024.8.9.)

대구 남구 대명복개로4길 75-2 (대명동)
메뉴판
산낙지의 양이 넉넉했다. (1인분 18,000원)
산낙지의 세발을 잘라 소금장에 담아 주었다.
조리하는 사장님이 유머러스했다.
볶음밥에 꼬막을 추가하니 맛이 더 좋았다. (볶음밥 1인분 2,000원, 꼬막 무침 소짜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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