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2. 08:27ㆍ입맛
空超가 홍어로 한잔하자며 <안동 식당>으로 친구들을 모았다. 식당은 잔치국수와 홍어를 취급하는 작은 돼지국밥집이다. 여주인이 음식 솜씨가 좋고 인심이 후해 동네에서 인기가 좋다. 이틀 전 예약해 좌석을 내실로 잡았다. 우리는 목소리가 커 홀에서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건데 잘됐다.
상차림이 푸짐했다. 홍어를 내기 전에 오늘 나온 싱싱한 것이라며 소 젓간(곁간)과 천엽을 서비스로 내놨다. 간혹 몬도가네라고 찌푸리는 사람도 있지만, 친구들은 거침없이 기름장에 찍어 건배했다. 소주가 서너 순배 돌자, 코끝을 자극하는 시큼한 냄새 나는 홍어가 들어왔다. 톡 쏘는 맛이 나도록 삭혀야 했지만, 다중을 위해 낸 맛이라 조금 약했다. 한 친구가 코끝이 찡한 독한 맛을 원했다. 그래서 곁들이로 놓인 뚝배기 뭇국에 홍어를 집어넣어 주방에 끓여달라고 부탁했다. 팔팔 끓여진 탕은 내장탕만큼은 아니라도 그럴싸했다. 한술 뜨니 입안이 화하면서 콧구멍이 뻥 열리는 느낌이었다. 홍어 한 점에 얽힌 말거리도 쏟아졌다. 국산, 수입산, 홍어 X, 자산어보, 저명인사 일화 등 숨겨진 얘깃거리가 흥미로웠다.
* 홍탁과 홍어삼합
홍어의 쿰쿰한 냄새 때문에 과메기의 비릿하고 쾨쾨한 경험담까지 튀어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과메기에 견주어 홍어는 양반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삭힌 홍어의 독한 맛을 몰라서 하는 소리 같다. 젊은이는 모여서 미래를 이야기하고, 늘그막은 지나온 과거를 회상한다. 홍어를 앞에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갖 이야기로 감회에 젖었다. 자리를 파할 때 홍어 먹으러 자주 오자고 입을 모았다. 여주인의 후덕한 인심도 한몫 구실을 했다. (202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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