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식당, 서리태콩 국수

2024. 8. 13. 08:04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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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이 쨍쨍 내리쫴 냉면 먹을지 콩국수 먹을지 고르다가 국수를 선택했다. 국숫집에 가야 친구와 수육에 쇠주 한잔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주변에서 가까운 칼국숫집 <본전 식당>에 갔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려니 입구에 '대구공업고등학교 후원의 집' 명패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그동안 1억 8천180만 원을 기부했다는 '표지판'이 눈길을 끌었다. 실내는 손님이 한바탕 지나갔는지 좌석이 띄엄띄엄 비었다. 구석 자리에 앉고 싶었는데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어 중간쯤 앉았다.

서리태콩 국수 두 개, 수육 소짜, 참소주 하나를 주문했다. 소주는 왔는데 수육이 안 온다. 한 잔씩 마시고 물김치로 입맛을 다시고 기다리니 콩국수가 먼저 나왔다. 종업원에게 "수육은요?" 하니 "아, 안 나왔어요?"라고 한다. 서리태콩 국수 국물로 한 잔 더하고 나니 그제야 가져왔다. 덕분에 안주를 남겼다.

서리태콩 국수는 국물이 검어 보였다. 보드랍게 갈린 검은 껍질 가루가 점점이 수 놓였다. 걸쭉한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죽 같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일반 콩국수 국물은 진하다고 해도 마실 수 있을 만큼 묽은 데 비해 서리태는 뻑뻑했다. 면을 고루 섞어 먹었다. 서리태콩은 껍질이 검고 속이 파랗다. 시월 서리 맞을 때까지 자란다고 해 '서리태'라고 한다. 속이 파래 '속청'이라고도 부른다.
수육은 두세 가지 부위를 구분해 작게 썰어 접시에 담겨 나왔다. 50kg 이하 국내산 암퇘지 갈빗살 부위로 주문 즉시 삶아서 제공한다는 광고문이 벽에 붙어 있었다. 늦게 나온 이유인 갑다. 하지만 고기가 금방 삶은 듯 뜨끈뜨끈하진 않았다. 아무튼 재료가 좋아서 식감이 부드럽고 맛있었다. 저녁이라면 술 한 병을 추가했을 것 같다. (2024.8.12.)

대구 수성구 수성로76길 38 (수성동2가)
서리태콩국수(11,000원)
수육 소짜(25,000원)
입구에 게첨된 놀라운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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