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성암산을 다녀오다

2024. 2. 11. 23:36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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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주변에 발만 뻗으면 오를 수 있는 산이 많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적당한 산인데 그동안 찾지 않았다. 지난달 덕유산에 다녀온 후 다리 근육통으로 삼 일을 시달렸다. 앉았다 일어나면서 아야야 비명이 절로 새어 나와 망신살이 뻗쳤다. 훈련 삼아 가까운 성암산에 들려고 삼다수 한 병 들고 나서는데 집사람이 요기하라며 계란 두 알을 삶아준다.

성암산은 대구 수성구와 경산 서부동 경계를 이루는 469m의 야트막한 산이다. 산 중턱에 범굴이라는 성스러운 바위가 있어 聖岩山이라 불리게 됐다. 충혼탑이 있는 현충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수정사, 성암사, 범굴, 정상, 성암산 쉼터를 거쳐 원점 회귀하는 거리는 대략 2.6km. 보통 걸음으로 한 시간 반쯤 걸린다.

수정사에서 성암사로 갔다. 오름길은 너덜겅처럼 잔돌이 울퉁불퉁하고 을씨년스러웠다. 누군가 돌 몇 개를 얹은 뾰족한 돌탑을 수많이 쌓았다. 기울어지게 쌓은 돌탑이 있었는데 쓰러지지 않은 게 신기했다. 돌 하나 하나에 소원을 얹은 노력의 결정체이기 때문일까. 쉬엄쉬엄 걸어 산 중턱의 성암사에 도착했다. 대웅전과 산신각, 용왕당이 있는 작은 절이다. 지금은 예전과 달라 차량 진입이 안 되면 신도가 거의 없다. 그래선지 적막강산같이 고요하고 쓸쓸했다. 용왕당에서 이백여 미터 더 오르니 범굴이다. 비녀가 목에 걸린 호랑이를 도와준 인연으로 노승과 동자승, 호랑이가 함께 수도한 전설이 깃든 동굴이다. 임진왜란 때는 경산향교의 오성 위패를 이곳에 옮겨와 화를 면해 성스러운 바위굴로 알려졌다. 범굴에서 백여 미터 더 오르면 능선이다. 능선 바위에 올라서니 경산 시내가 한눈에 펼쳐졌다. 전망이 트인 능선의 바윗길을 요리조리 따라가니 곧 정상이 나왔다. 정상 너른 바위에 산불 감시 초소와 정자가 세워져 있다.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다. 정상의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험한 산길을 피해 체육공원 쉼터 너른 길을 왕복하는 것 같았다. 너른 길로 내려오다 방풍 비닐이 쳐진 쉼터에 앉아 주머니에 넣어온 삶은 계란을 꺼내 먹었다. 작은 산이나 큰 산이나 정상까지는 오름길이고 돌아오는 길은 내림 길이다. 짧은 코스였지만 오래만의 산행 맛을 느껴보았다. (2024.2.11.)

돌탑이 연이어 세워져 있다.
칠십이 년 전 세워진 성암사
범굴
범굴에서 능선 올라가다 만난 거대한 고드름.
능선 바위에서 본 경산시
성암산 정상석
정상의 정자
하산하면서 돌아본 정자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봄이 숨어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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