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꿈

2024. 1. 2. 09:52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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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의 해. 용에 관해 최초로 기술한 위나라 문헌 『광아(廣雅)』 익조(翼條)에 의하면 용은 '낙타 머리에 사슴뿔, 토끼 눈, 소의 귀, 뱀의 목,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매의 발톱, 주먹은 호랑이와 같다'고 한다. 아홉 가지 동물의 장점을 딴 상상의 동물로 예로부터 권위와 출세, 재수(財數), 번영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다.

군 복무 시절, 서해 바닷가에서 경계 근무를 서는데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흰 도포를 입고 걸어왔다. 신분을 확인하려고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했더니 품에서 수첩처럼 생긴 커다란 신분증을 꺼내 주었다. 의아해하며 신분증을 펼치는 순간 청룡이 튀어나와 품 안으로 들어왔다. 기겁해 깨고 보니 꿈이었다. 너무 생생했다. 전역 후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위험한 순간을 용왕님 덕에 안전하게 넘겼다"라고 해몽하셨다. 정서상 그렇게 받아들였으나, 기이한 꿈이 더 높은 수준의 신탁처럼 믿고 싶었다. 생생했던 꿈은 잊혀있다가 가끔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갑진년 새해가 백 년 만에 찾아오는 청룡의 해라고 하니 젊은 시절의 꾼 용꿈이 어제 일인 듯 선명하다. 번영과 재수를 안겨준다는 용꿈의 유효 기간이 반영구적이라 믿으면서, "청룡 꿈아, 갑진년 새해 좋은 일 있으라."

사진 출처: 연합뉴스, 2023 서울 빛초롱 축제의 한지로 만든 청룡.

 



설날 아침에 / 김종길(시인, 수필가, 교수)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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