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읍성 2023년 해넘이

2023. 12. 31. 21:25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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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비가 그쳤지만, 하늘은 온통 구름 요를 깔았다. 해넘이를 볼 수 없다는 예보에도 드라이브 삼아 청도읍성으로 갔다. 청도에는 파란 하늘이 살짝 비쳤지만, 찡그린 얼굴과 진배없었다.
2023년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 끝날. 젊은이는 나이 한 살을 더하고, 노인은 수명 한해가 줄어든다[少者添一歲 老者減ㅡ年]는 시점이다. 하늘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찌푸린 이유인 갑다. 나의 한해는 일상이 한결같았다. 범부로서 다행스러운 거다. 특별히 기억나는 몇 가지...

1. 작년부터 나 홀로 시작한 한국 천주교 167곳 성지 순례를 완주했다. 1년 2개월 걸렸다. 축복장을 받으려는 생각이 없진 않았으나 영성이 부족함을 자각해 완주하는 것만으로 자족했다.

2.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따스한 날, 다니던 회사를 나왔다. 경기 침체로 회사가 어려웠다. 퇴사는 몸은 자유로우나 마음이 무거웠다. 일도 할 만큼 했으니 쉴 때도 됐다.

3.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과 함께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 어머니 생전에 함께하려다가 차일피일하다 별세하셨다. 지금은 절차가 간편해져 한목에 했다. 체증 가신 듯 속이 후련하다.

4. 심은 지 오래된 임플란트가 부실해졌고 멀쩡한 이가 진통이 왔다. 연초부터 가을까지 공사를 벌여 모두 새로 심었다. 치아가 오복 중 하나라는데 빈말이 아니다.

5.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 여행을 했다. 예전에는 지인들과 어울려 다녔는데, 세월 흐르니 뭉치기 쉽지 않다. 나이 들수록 혼자 하는 부분이 는다.

6. 여름부터 해커가 메일 계정을 2시간마다 로그인을 시도했다. 얼마 전에는 모바일로 후배의 부친상 부고를 받았는데 스미싱이었다. ○○서비스센터에서 휴대폰을 초기화했다. 중요한 것도 싹 지워졌지만, 마음이 홀가분했다.

7.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고 시작한 티스토리. 어찌 된 영문인지 맛집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됐다. 심심풀이가 훈장 단 격이다. 내게 맞는 옷인지 모르겠다.

세월을 관통해 다다른 2023년 종점. 뜬구름 잡는 생각일랑 말자. 인생이 덧없다고 노래하지 말자. 삶이란 현재의 서사 속에만 존재한다.
안녕히 가세요. 2023호 해님.

청도 읍성 북문루 치성에서 본 서쪽 하늘.
해는 서서히 서산으로 저물었다.
안녕히 가세요, 2023호 해님.
해님이 사라지고 노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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