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보다 이해를

2022. 9. 27. 11:18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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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목격했거나 들은 이야기다. 대화하다 보면 사소한 것에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을 때가 많다. 과하게 상대방이나 주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큰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으나 장소와 분위기를 가려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만촌동 버스정류장에서 7~8세 됨직한 아이를 데리고 젊은 부부가 449번을 탔다. 타자마자 하차할 정류장을 두고 티격태격했다. 여자는 박물관 앞에서 내려야 한다고 말했고, 남자는 한 코스 더 가서 ㅇㅇ고 정문 앞에서 내리면 된다고 서로 언성을 높였다. 버스 안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두 사람 목소리는 커졌고 결국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변했다. 보다 못한 아이가 엄마 아빠 싸우지 마라며 도리어 두 번이나 말렸다. 그러는 사이 내릴 때가 되었다. 하차하는 곳은 남자의 말이 맞았다. 그제야 여자는 , 여기가 맞네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렸다.

 

2.

저녁 830. ㅇㅇㅇ백화점 8층에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영업 종료 시각이었다.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함께 타고 있었다. 여자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었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남자는 꽤 세련돼 보였다. 갑자기 남자가 지하 식품관에 살 것이 있다고 여자에게 말했다. ‘거기는 10분 먼저 마치기에 살 수 없다고 여자가 답했다. 남자가 무슨 소리냐, 내려가면 살 수 있으니 가자라며 소리를 높였다. 식품관 영업이 끝난 것을 아는 여자는 하는 수 없이 막무가내인 남자를 따라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남자는 원하는 것을 구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좁은 공간에서 그렇게 하는 행동이 거시기했다.

 

3.

엄마와 30대 아들이 집(아파트)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창밖에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들이 까마귀가 우네라고 혼잣말처럼 했다. 엄마가 까마귀는 무슨 까마귀. 저건 까치 소리다라고 말을 받았다. 아들이 까아ㅡ깍 까아ㅡ깍 우는 소리가 까마귀다. 까치는 까악 까악 하잖아라고 대꾸했다. 까치라고 우기든 엄마는 확인하자며 아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 엄마는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까마귀라고 듣고도 까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속 상한 아들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했다.

 

 

필요 이상 고집은 실수를 유발하고 심하면 미운 마음조차 생긴다. 그러나 조금만 이해하면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하는 토양이 된다. 어떤 일이든지 고집보다 이해가 중요하다. 아름다운 동반자가 되려면 누가 먼저가 아닌 서로서로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되어야겠다. 짧은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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