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5. 00:42ㆍ일상다반사
서늘한 밤바람에 가을을 실감한다. 길바닥까지 짙게 어둠이 내린 주말 저녁, '2022 수성못 페스티벌'(9.23.~9.25.)이 열리는 곳으로 갔다. 축제 현장이 다 그렇듯이 수성못은 혼잡했고, 먹거리 야시장 등으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상화동산에서 하는 야외음악회에 미스터트롯으로 유명해진 대구 출신 이찬원이 초청 가수로 나왔다. 그 때문일까. 근래 보지 못한 인파로 인산인해다. 공연 시간을 맞추어 도착했지만, 사람의 장벽으로 어디를 기웃거려도 무대는커녕 대형 스크린조차 바라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중계하려고 임시 설치한 가설물이 시야를 막았다. 낮게 만든 무대도 멀리서 보는 데 최악이었다. 바늘구멍 같은 틈새로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몇 곡을 간신히 듣고 자리를 떴다.
무대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가수 이찬원의 팬들이었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려고 오전 열 시부터 장장 열 시간을 기다린 열혈 팬들이라고 한다. 뉴스로만 접했던 팬덤이었다. 누구를 열렬히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열정과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가능하다.
가을이라고 해도 아직 단풍 소식은 없다. 그러나 오늘 밤,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았다. 알록달록한 사람 단풍이다. 사람이 단풍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저들의 가슴을 이찬원이란 가수가 단풍보다 더 붉게 한껏 불사르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한 시인의 시구가 생각났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2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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