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고로쇠고추장특물회

2023. 12. 8. 06:19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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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선생님과 이른 저녁으로 물회를 먹었다. 같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적도 있어 선생님은 물회를 즐기시는 것이다. 나도 꽤 좋아하는 데다 존경하는 선생님과 살뜰한 마음으로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좋았다.

수성시장 인근 '울산참가자미회' 식당은 선주가 직영하는 싱싱한 횟집으로 소문났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는 -주차 도우미가 두 명 있지만- 주차가 어려울 정도다. 룸이 있지만, 간단한 식사는 홀에서 먹는 것이 편하다. 맛집 명성이 자자한데도 실내 컨셉은 살짝 허술하다. 어쩌면 이 집의 매력일 수도 있겠다.

물회는 야채와 과일을 채 쳐서 회와 초장과 함께 비벼서 먹거나 물을 부어 버무려 먹는다. 주로 여름에 먹었지만, 언제부턴가 계절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고로쇠고추장특물회'는 기본 물회에다 특(特)이란 명목만큼 전복, 해삼을 추가한다며 손님을 유혹했다. 정작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회나 전복이 아닌 초장이었다. 고로쇠 물로 담은 빛깔 좋고 적당히 매운 고추장으로 만들었다. 물회에 초장을 넣어 슬슬 비비고 나니 매운탕이 나왔다. 물회 따로 밥 따로 뜨끈한 매운탕 따로 한 숟갈씩 퍼먹으니 차갑고 뜨거운 두 맛이 가슴까지 내려가며 오묘한 맛을 느끼게 했다. <대학(大學)>의 정심장(正心章) 편에 '마음이 없으면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라고 했다. 선생님과 한마음으로 맛을 느꼈으니, 이 구절에는 어긋나지 않은 듯해 흐뭇했다. (2023.11.14.)

고로쇠고추장특물회
초장이 맛을 좌우한다.
들안로 297. 들어갈 땐 한산, 나올 때는 빈 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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