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 00:30ㆍ입맛
저녁은 반주를 간단히 하고 횟거리를 포장해 펜션에서 먹으려고 했다. 횟집의 회가 맛있었고 양이 많아 반주 자리가 술자리가 됐다. 거기다 주인댁이 팥죽까지 쑤어 한 그릇씩 주는 바람에 배가 불러 회를 따로 포장할 필요가 없었다. 식당을 나와 항구를 산책한 후 마트에 들러 소맥과 과일 등을 사 펜션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예전만큼 두주불사하지 않아 아침에 숙취(宿醉)*는 없었지만, 애주가들은 해장(解酲)*을 즐긴다. 예약해 두었던 대구탕을 먹으러 항구 앞 현대식당으로 갔다. 싹싹한 아주머니가 미리 반찬을 정갈스럽게 차려두었다. 모두 테이블에 앉으니 탕과 밥이 전달됐다. 하얀 쌀밥이 찰졌고 뽀얀 탕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국물을 천천히 한 숟가락 맛봤다. 생대구의 싱싱한 맛이 진국으로 변해 입 안에 전해졌다. 속이 풀리기 전에 덤덤한 표정이 먼저 풀렸다.
따뜻한 국물과 야들한 생선, 푹 익은 무 맛에 "아, 시원하다"는 말이 연발로 터져 나왔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국물 맛에서 생선의 시원한 담백함과 곰탕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대구탕을 평소에도 자주 먹었지만, 먹어본 맛 중의 단연 최고였다. 남녀 여덟 명이 하나 같이 엄지척했다. 밑반찬도 맛이 깔끔해 더 달라고 했다. 특히 가자미조림은 어머니가 무치는 손맛이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들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대구탕 덕분에 다들 행복감이 충만했다. (2023.11.29.)
* 숙취(宿醉) : 사람은 잠에서 깨었으나 '취기는 아직 잠자고 있다'라는 뜻.
* 해장(解酲) : '장을 풀다'는 뜻이지만, 원말은 해정이다. 정(酲)이 숙취를 뜻하니 숙취를 푸는 것이 해정이다. 정을 정신으로 오인해 점차 장으로 변한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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