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6. 00:15ㆍ입맛
지난주 토요일 칼국수를 먹고 싶어 인근 식당을 다녀왔다. 횅한 바깥 분위기와 달리 홀 안에 손님이 가득했다. 대부분 파전을 추가해 먹고 있었는데, 두 가지는 다 못 먹을 것 같아 칼국수만 먹고 왔다. 오늘은 해물파전까지 먹으려고 다시 찾아갔다.
'동동칼국수'는 주차장이 뒷마당에 있고 밖에서 보면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실내는 오늘도 손님이 엄청 많았다. 여느 식당과 다른 점은 서빙 아르바이트가 모두 젊은 남성들이었다. 집사람과 둘이 동죽 칼국수 1인분과 해물파전을 주문했다.
어느새 음식이 나왔다. 동죽 칼국수는 동죽조개를 넣어 끓여 만들었다. 동죽은 서해 갯벌에서 바지락과 함께 가장 흔하게 잡히는 조개다. 벽면에 6가지 효능을 큼직하게 써 붙여 놓았다.
국수의 맛은 면과 육수, 고명이다. 셋 중의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면은 손칼국수, 육수는 동죽조개, 고명은 쑥갓이었다. 세 맛이 어울려 한맛이 돼 개운했다. 해물파전은 부추와 쪽파, 오징어와 새우가 어우러져 윗부분은 촉촉하고 밑부분은 누룽지처럼 빠삭하게 부쳐냈다. 바싹하고 고소한 것이 처음 먹어보는 파전이었다. 칼국수는 둘의 양으로는 적었으나 파전으로 배를 불렸다. 수저를 놓으면서 칼국수와 파전 잘 먹는 손자가 생각나 다시 올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사족을 달자면, 국수는 사천 년 전 중국에서 발명했다는 설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시작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고고학계는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중국 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전래한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고려사>에 제사 때 국수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오므로 그 이전에 전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국수의 특성은 가늘고 길다. 익히기 쉽고 양념이나 간을 고루 배이게 할 수 있어 식감 변동률이 높다. 그래서 국수는 집집이 맛이 다르고 똑같은 맛이 없는 토속 음식이다.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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